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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푼 안 들이고 아이를 똑똑하게 만드는 방법

우리가 걷는 한 그냥 길 일뿐이다

by 어디가꼬

코로나는 서로에게 더 집중하게 했다.


아내가 임신을 하자 주변에서 "아들이야? 딸이야?"라는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같았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어차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사실과 다른 결과로 미리 실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인지 딸인지에 따라서 아이와 꼭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은 있었다. 만약 딸이라면 같이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둘만의 데이트를 즐겨보고 싶었고, 아들이라면 대중목욕탕에서 등도 밀어주고, 목욕 후에는 삶은 달걀에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싶었다. 알고 보면 은근히 딸보다 아들을 더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찾아온 아이는 나를 꼭 닮은 아들이었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만난 아이를 목욕탕에 갈 만큼 키웠더니 세상에 코로나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찾아와 대중목욕탕은커녕 집 밖으로 외출도 힘들어졌다. 하지만 코로나가 무조건 나쁜 그것만은 아니었다. 좁은 집 안 욕조에서 이틀에 한 번씩 함께 목욕했던 경험은 엄마보다 아빠와 씻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고, 가족 모두 동시에 확진되어 자가격리를 하는 기간에는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며 오로지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힘닿는 데까지 업어주고 안아줘야지


아이를 업고, 안을 때마다 아이의 뽀얀 피부가 나의 피부에 닿을 때 그 따뜻한 느낌은 피부뿐 아니라 마음까지 서로 따뜻하게 교감하는 듯했다. 대체로 엄마들이 아빠보다 아이와 더 끈끈한 것은 타고난 모성애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한 신체 접촉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힘닿는 데까지, 업어주고, 안아주겠다고 다짐했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힘에 부치기도 하고, 때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요구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업어주고 안아주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하니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또 이사를 하면서 제일 먼저 침대를 바꿨다. 가족 모두가 함께 잘 수 있도록 커다란 크기의 패밀리 침대였다. 사람 중에는 자녀와 떨어져야 자신도 아이도 잘 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옛날 어른들은 아이의 정서적 자립과 원만한 부부생활을 위해서는 아이를 따로 재워야 한다고 충고하지만, 나는 매일 가족과 함께 자고 일어나고 싶어 패밀리 침대를 선택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독립해서 혼자 자고 싶어 할 때까지 매일 밤 아이를 팔에 끼고 볼 뽀뽀를 받으며 "엄마·아빠의 보물, 사랑해, 잘자"라는 말과 함께 잠들고 싶었다. 요즘 들어 조금씩 뜸을 들이긴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아빠, 뽀뽀"하면 언제나 '쪽'하고 입을 맞춰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한 번은 아이에게 "언제까지 뽀뽀해 줄 거야?"라고 물었더니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해주겠단다. 믿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기분이가 많이 좋았다.


심리학자 안느 바커스는 부모와 아이의 신체 접촉이 체중 증가와 신체 건강, 두뇌 발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전했고,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아이를 꼭 안아줄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아이들의 지능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아이를 똑똑하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스킨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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