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 그런가 봐.

분명 젊은데 젊음의 장점은 없고 단점만 남아있는 나이인가 봐.

by chul

"아, 너무 힘들어"

취업준비생인 나에겐 배부른 소리인 사회인이 된 친구들의 투덜거림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내용을 듣기 전까진..

일에 서투른 탓에 끝없는 야근, 내가 하려던 일과 너무 달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낯설고, 쉬는 시간에 일 처리하는 스킬은 아직 멀었고,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엄청난 허무감과 워라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삶과 일의 균형이 무너지는 상황. 그리고 아직 낯선 계급사회와 자신의 잘못이든 아니든 일이 잘못되면 무조건 가장 먼저 까이는 막내의 신분.

이렇게 얘기하면 그것 듣는 30대 후반 이후의 선배와 어른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땐 다 그렇지."

그러면 이번엔 취준생의 넋두리이다.

자소서는 여전히 막막하고 붙어도 왜 붙었는지, 떨어져도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지원은 하고 있고, 제대로 되는 건 없는 게 제대로 하고 있어야 하고, 그 누구도 무엇도 나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고, 막막하기만 하고, 많은 것들을 해도 남는 건 하나도 없는 이 상황.

이런 말을 해도 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땐 다 그렇지."



"우린 다 그런가 봐. 그런 나이인가 봐."


취업준비를 하다 보니 확실한 것을 깨달았다.

인생은 새로운 세상에서 충격을 받는 것의 연속이다!

교복을 벗고 자유로운 대학생활에서의 삶도 당황스러웠는데, 취업 준비를 하면서 사회에 나가려고 기웃거리다 보니, 엄청난 차이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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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인생은 표가 있었다.

그리고 시험을 치든, 출석을 하던, 뭔가를 하는 그 순간이 지나면 ''0점, 100점, 이수, 미이수, a, f 뭐라도 그 빈칸에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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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취업준비는 같은 비유를 하자면 종이를 내던지고 갖고 있는 무언가로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취업 준비만 그런 게 아니었다. 20대 중후반의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취준생이든 신입사원이든 대학원 진학이든 n 수를 하고 대학교 진학이든 자퇴든 알바든 그 어떤 신분을 갖더라도.


우린, 서투르고 외로울 수밖에 없는 시간을 지내고 있나 봐. 아직 20대 중후반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여유도 능력도 영향력도 없이 흘러가기만 하는 시기인가 봐. 그냥 거센 파도에 흘러나가면서 이게 맞는지 아닌지 구분할 여유도 없이 무작정 앞을 바라보고 있나 봐.

다 그렇게 사는 거지.


한때는 이 말이 싫었다. 그때는 아직 젊음의 장점인 열정! 이 있던 때였기에, 나는 엄청나게 개성적인 삶을 살 것이고, 이 세상에 똑같은 삶이라면 나는 그중 특출 나게 특이하게 살다 갈 것이라고. 그런데 큰 흐름으로 보면 다 그렇게 살아간다. 물론 그중 특이하게 일이 많이 일어나고,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도 있겠지. 그 모든 것도 한 발짝, 두 발짝 뒤에서 바라보면 결국 같은 흐름 곡선을 타고 돌아다니나 보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젊음, 다들 좋다는데 사실 젊다는 소리를 듣는 우리는 이게 지겹다. 능숙해지고 싶다. 여유가 갖고 싶다. 그러나 우리의 롤모델이 된 나이대의 사람들은 우리가 부럽다고 한다. 아마 평생 우리는 다른 나이대를 부러워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젊음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우리는 우리 인생을 살아가자. 이럴 때가 있고 저럴 때가 있다면서 살아가자. 위로가 되는 말만 취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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