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취준생입니다.

Q: 그래, 취직은 했니? A: 사진을 보시오.

by chul



나도 빨리 하고 싶다. 가능한~

대입과 취업에 늦은 시기란 없다.

대입은 둘째치고 고작 취준생인 내가 어떻게 취업에 대해 말할 수 있냐면, 현재 내 주위는

취업 성공 한자 + 상반기를 노리며 취업 소강상태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취준!!!'을 외치고 있는 나. 이렇게 분포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취업 성공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난 늦은 거고 취업을 내년으로 미룬 사람들 입장에서는 서두르는 편이다. 상대적이라는 말은 어디서든 유효하다.


자존감이 마구 깎이는 시절이다. 다들 그렇다고 하고 다들 그랬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10년이 지나도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신기한 경험도 했다. 이 악명 높은 취업 준비 기간이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젠 습관이 된 자소서쓰기.


1. 완벽하지 않아도 완성을 해서 제출했다.

완벽주의자인 내가, 완벽하지 않으면 한때는 과제 제출도 하지 않고 수업도 포기하던 내가, 인생도 포기할뻔한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완성했다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물론 마감일 때문에 마무리한 거지만 상관없다. 완성했다는 것이 중요한 거다! 그리고 많은 탈락으로 그 과정이 몇 번이고 이어졌다. 그래서 무뎌지며 습관이 되었다. 완벽하게 가 아닌, 최선을 다해서 완성하는 습관이 몸에 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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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패에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뻔뻔해졌다.

슬픈 말이지만, 워낙 자주 떨어지니까 '불합격'에 익숙해졌다. 작은 일 하나에도 의미를 두면서 힘들어한 나에게 큰 변화이다. 불합격이 아닌, 합격에 의미를 두게 되었다. 단단해졌다. 여전히 힘들고 기운 빠지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가게 되었다.

3. 나의 역사를 꼼꼼히 보면서 내가 무언가를 많이 해 왔음을 알았다.

겨우 살아남기 급급했기에 스펙도, 성적도, 인간관계도 다 놓쳤다고만 생각했는데. 자소서를 쓰기 위해 그동안 해 온 발표자료 등을 살펴보며 정리해보니까, 의외로 자잘하게 해 온 것이 많았다. 잘한 것도 없고, 특별히 크게 한 건 없긴 한데, 뭐라도 해 왔다. 그냥 지냈고 살아왔을 뿐인데 많이 쌓여있었다. 비단 대학생활뿐이 아닐 것이다.


"나는 내년에 대기업들 다시 도전하려고. 그래서 지금 할 건 없어. "

--> 답: 이건 취향대로 선택대로 해 주시면 됩니다. 대신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을 존중합시다.

"지금은 대기업은 안 뽑잖아, 무슨 공고를 계속 그렇게 봐? 아, 중견, 중소기업? 나는 별로..."

--> 답: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그리고 내가 나에게 하는 질문.

"이렇게 난리 쳐놓고는 결국 아무것도 못 얻고 그냥 지쳐버리면 어떻게 해?"

--> 답: 그러게 말이다.

나도 이게 가장 무섭다. 내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고는 다신 밖으로 안 나갈까 봐.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할까 봐. 이 기약 없는 기간, 뉴스를 보면 그냥 내 통장잔고였음 좋겠을 숫자가 실업자라고 하고, 다들 걱정해주지만 사실 진심은 보이지 않는다. 운 좋게 취업한 친구들의 상황을 보면, 별로 부럽지 않을 만큼 굴려지고 있고, 이것을 위해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젠 하나의 직업이다.'취업준비생' 업무는 자소서 쓰기, 면접 준비하기. 그저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오늘도 살아갈 뿐, 그 외의 다른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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