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새로운 것으로 넘어가라.

내 인생의 모토, '빅매직'에서 나온 문구.

by chul


졸업, 우울증, 코로나로 인한 고용 축소, 공백기, 공대 출신 여자, 어머니와 아버지의 노후자금이 내 용돈이 됨.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불리한 단어란 단어는 다 갖고 있던 나다. 그런 내가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내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발버둥을 쳐왔다. 오늘은 그 발버둥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1년 동안 내가 가장 중점을 둔 포인트는 ‘일단 빨리 다음 것으로 넘어간다.’와 ‘루틴 특히 아침에 눈 뜬 직후’이다. 이 둘을 합치면

더 생각할 건 없고 해야 할 일만 있어.

가 된다.

친구에게서 받은 다이어리에 있던 메시지. 이미 100번도 넘게 전화했어야 했는데.


첫 번째, 내게 독이 되는 생각이라면 일단 흘려보낸다.

취준생에게 독이 되는 생각이란 ‘미련’ 일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자격증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 면접은 이렇게 준비했어야 했는데, 인턴을 했어야 했는데(그래서 결국 난 지금에야 인턴을 한다. 대학생만 뽑는 인턴도 있으니 3, 4학년들은 미리미리 알아보자... 졸업생인 나는 뽑아주는 곳이 없어서 슬펐다.. 주절주절) 나도 그 생각들에 갇혀 살았고 지금도 자주 갇힌다. 그런데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해도 변하는 게 없을뿐더러 더욱 내 상태는 악화되었다. 과거에 갇혀서 이젠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생각의 틀에 갇힌 나는 표정과 몸짓에서 내 무기력이 드러났고, 같이 사는 친구들이 내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어느 날, 한참 울고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이런 말을 했다.

아니, 할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거야. 뭐든 좋으니까 시작하자.

그다음 날 일단 나는 6시에 일어났다.

나름대로 침구를 정리했습니다.


두 번째, 아침에 눈을 뜨고 1시간까지의 루틴은 고정시켜놓는다.

남들 다 일찍 일어나는 시기에 6시 가지고 무슨 유난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곧 인턴 근무를 시작하는데 적어도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통근 버스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일정을 정해주지 않고 일어나는 대로, 잠드는 대로 살아가는 백수에게 아침 6시 기상 고정은 정말... 해본 사람은 알겠지요..? 많은 결심이 필요하다. 게다가 당시 나는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완전히 제멋대로일 정도로 일상이 무너졌었다.

더 일찍도 일어나 봤지만 나에게는 6시에서 6시 반이 딱 맞았다. 중요한 건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뭘 하느냐다. 일단 나는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타이탄의 도구들도 다시 읽었다. 그렇게 나의 아침 일상은 고정이 되었다.

명상- 듣고 싶은 말 스스로에게 해주기 - 미래 내가 원하는 나의 일상 상상 - 좋아하는 책 문구들 필사한 거 읽기 - (해 뜨면) 산책 (해 늦게 뜨면) 간단한 식사와 커피- 카톡 답장- 책 읽기

이것들을 다 하면 1시간이 조금 넘는다. 피곤해서 8시 이후에 다시 잠을 자더라도 6시 기상 이후 이 루틴만은 하고 잤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럴 때도 있다.

안타깝게도, 내가 ‘이렇게 했더니 취업준비가 따다단! 끝났습니다~!’하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뭐, 나는 이 시기에 원하는 직무 인턴이라도 시작한 나 자신에게 매우 만족하지만, 아버지라던가 주변 시선은 딱히 그렇지는 못하다. 1년 취업준비 끝에 인턴이라니, 이런 반응이 많지만 그런 반응을 내게 많은 영향을 주진 못한다. 어차피 나는 다음날도 6시에 일어나서 명상할 거니까. 그런 힘을 내게 준 것이 아침 루틴이다. 루틴... 한국어로 고정된 연속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하튼 이 루틴을 지키는 게 강박이 되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된다. 하루하루가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지만, 과하면 독이 되는 건 세상 모든 일이 이렇지 않은가. 그냥 코 한번 쓱 닦고 오늘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다이어리에 적고, 한다. 그런 덤덤함을 나는 아침 루틴으로 얻을 수 있었다.


책 '미라클 모닝'의 일부.

조금 더 보태보자면, 나의 아침 루틴은 ‘미라클 모닝’과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온 추천 방법들을 적당히 섞은 것이다. 제일 먼저 침구를 정리하고 세수를 하고 유산균을 먹는다. 그리고 명상을 하는데, 나는 명상이 습관이 든 사람은 아니라서 유튜브에 ‘아침 명상’을 켜고 그 가이드를 따른다. 책에서 본 건데 명상의 키워드는 ‘잡념이 생기더라도 빨리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을 본 이후로는 명상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 그냥 숨 쉬고 잡념이 나오면 빨리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무’의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보단 쉽다.

다음으로는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그때그때 다른데, 공통된 말이 있다.

최종까지 간 적이 있잖아! 이번 인턴도 되었고! 이번엔 빠른 시일 내에 정규직 최종까지 갈 수 있어! 그럴 힘이 너에게 있어!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는 실패할 수 없으므로, 그저 성장할 일만 있을 뿐이다.

세 번째는 상상이다. 이것도 그때그때 다른데, 보통은 미래의 내가 ‘하하 취업준비 기간 1년, 그때 한 불안과 걱정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지금 이렇게나 바쁜데 말이야.’라고 이 시기를 회상하며 내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상상을 한다. 상상 속의 나는 아침에는 커피와 글을 쓰고 퇴근 후에는 그림을 그리며 받은 월급으로 부모님께 좋은 식사를 대접한다.

네 번째, 좋아하는 문구 읽기다. ‘빅 매직’을 필사하면서 얻은 좋은 문구들을 읽는다. 몇 개를 여기 공유해본다.

무엇보다 먼저 당신 자신을 용서하라.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를 만들었는데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면, 그냥 마음을 비우고 놓아주라.

그러니 그쯤에서 손을 떼고 그 일을 흘려보내라.

언젠가는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이해될 날이 올 수도 있다. 보다 나은 곳으로 가닿기 위해 당신이 왜 이 엉망진창을 겪어야 했는지. 하지만 어쩌면 결코 이해하지 못한 채 끝날 수도 있다. 뭐, 그러라지. 어쨌든 새로운 것으로 넘어가라.

오늘도 제 글이 살아가는데 약간의 후추와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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