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친구 VS 고등학교 친구 : 의미 없는 비교.

사람들에게 그러려니, 하고 사세여.

by chul

본가에 간 김에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오랜만에 지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자주 가던 가게에 예약을 걸어놓았는데, 사장님께서 커피를 대접하겠다고 했단다. 얻어먹기도 좀 그래서 빵을 사러 베이커리에 들렀던 엄마는 똑같이 빵을 사러 온 사장님과 마주쳤다. 한바탕 웃고 커피를 마신 그 시간에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오래간만에 즐거운 대화였다고.

저는 유튜브의 완두라는 분의 튜토리얼을 자주 봅니다. 조금만 따라 하면 그림이 완성되거든요.


세상에는 이런 관계와 시간이 귀하다. 잘 없다. 우연히 이런 시간을 갖게 되어도 그 사람과 자주 만나기는 힘들뿐더러 내가 원하는 만큼 그 사람이 날 만나기를 원하기는 쉽지 않다. 운이 좋아서 그 사람과 친한 관계가 되었다고 해도 함께 지내는 모든 시간이 다 좋고 행복할 수는 없다.


나는 요즘 사람들이란, 친구들이란 무엇인가, 뭐 그런 생각을 한다. 친구들 모두 친구에게 기대하는 바와 정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우리들에게 유행이던 밸런스게임(그때는 밸런스게임이란 게 없었는데)은 "고등학교 친구 vs 대학교 친구"였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보다는 고등학교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그런 의미의 비교였다. 답은 정해져 있었던 논의였다.

오늘은 튜토리얼을 따라서 바다를 그리겠습니다. 그라데이션 넣는 방법 3년 만에 알았네요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대학 졸업한 지 4년 이상 된 분들, 고등학교 친구 얼마나 남아있으신가요? 대학교 친구는요?

대부분 공강을 때우고나 족보를 얻는 정도의 목적이었던 대학교 친구 중 의외로 오래가는 애들이 있었다. 나의 경우, 아프게 떠난 친구들은 오히려 고등학교 친구들이었다. 성인이 되고 여러 지역으로 갈라지고 각자의 전공과 진로를 찾아가다 보면 이전의 철없이 뛰어다니기만 해도 즐거웠던 애들은 없다. 각자의 이득이나 상황, 누군가에겐 말하지 못할 어려움 등으로 입장이 생기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지게 된다.


관계에는 정답이 없음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시리도록 말이다. 야 x 나게 사랑했다, 마이 x베스트프렌드들아.

꾸불텅꾸불텅


그런 점에서 사실 저 고등학생과 대학생 친구를 비교하는 것은 그냥 나와 깊은 관계,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편한 관계를 쉽게 얻고 싶다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뭐 이해는 한다. 우리는 경력 같은 신입(하지만 경력 연봉을 줄 순 없음), 4년째 사귄 가족 같은 애인(하지만 1,2년 때의 싸움이나 썸 탈 때의 밀당같이 정신적 소모할 순 없음)을 바란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노력 없이 그냥 그런 사람과 존재를, 시간을 얻길 바란다.


그건 헛소리다. 성인이 되었으면 자기감정과 앞가림은 적당히 해야 한다. 타인과 보내는 시간이 무조건적인 힐링일 수는 없다.

이거 바다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람 있나? 탕 또 있나?


결국 모든 관계에는 노력이 들어가고, 그 노력과는 별개로 결과나 인연이 맺어질 수도 있다. 나는 갑자기 전화를 해서 친구들과 노는 게 즐거울 수도 있지만 상대방은 전화 전에 미리 이야기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카페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하길 원하더라도 상대방은 오랜만에 나와 놀이공원이나 노래방 등 액티비티를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걸 잘 조율하고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실망할 수밖에 없다. 감안하고 모든 관계는 이어진다. 언제 만나도 좋은, 뭐 그런 관계나 존재를 사람에게 기대해서는 안된다.

원래 개쩌는 도시를 그렸는데 이상해서 수정함


반대로 나 또한 누군가에게 언제 만나도 좋은 사람인지 제고해 볼 필요도 있고.

그냥 눈앞의 사람과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로 족하면 되는 거다. 누군가에게 방향이 맞지 않는 기대를 종용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어렵게 말했는데 그냥 나 친구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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