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가끔 불행한데 썩 좋은 사람

IF보단 EVEN IF로

by chul

안녕하신가.
갑자기 4차원의 문을 열고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브런치의 찐따작가다.


나는 안 평안해서 한번 물어봤다.

과거의 미련, 반성, 후회 그리고 미래의 불안, 현재에 대한 비참함으로 나는 못 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과 생각이 가장 나를 괴롭히고 있다. 사실, 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미래, 는 가능성일 뿐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러나 내 감정과 생각은 그 모든 사건, 가능성들을 과대해석하거나 잘 못 인지하면서 지금 나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다.

요즘 다양한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이것저것 정리도 해보고 실천도 해보고 있다. 취업 준비도 잘 안되어가고 독한 감기도 걸렸기에(코로나도 아니던데 이렇게 오래가다니 혼난다.) 머리가 더 안 돌아가서 조금 객관적으로 다시 정리하고 돌아보고 있다.

갑자기 인사드립니다.




우울에 대하여.-------------

우울한 감정, 우울, 우울증. 나는 이 3가지가 모두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울증이 제일 심각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상태이다. 예전에 나는 주변인에게 ‘그래도 네 우울덕에 브런치도 하고 글도 쓰는 거 같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참, 이 사람이 우울한 감정 정도나 겨우 느꼈기에 이런 상쾌한 말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우울증이 얼마나 무섭고 치료하고 받기에도 힘든 병인지를 전혀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렇구나, 하고. 그때 느낀 건 열등감이었나, 억울함이었나.

그런데 가끔 나는 이 우울이라는 녀석이 나에게 미친 영향을 되새기곤 한다. 되새김질을 하는 소처럼 못생긴 표정으로 우물우물우걱우걱주압주압하고 말이다. 나는 예술가나 철학자가 아니기에,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 공황 등의 아이콘으로 탄성을 부르짖는 위대한 고흐, 니체 와는 다른 케이스다.


그들처럼 인류에게 공헌을 할 예술작품, 설계, 이론이나 사상을 만들 수 없을뿐더러 그런 생각도 없다. 그들처럼 인생을 바쳐서 하나의 무언가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파고드는 노력과 헌신도 하지 않았다. 노력이라면 내 옆 친구처럼 대기업이나 좋은 대학 가고 싶어서 발버둥 치다가 잘 안되었다, 정도? 여하튼 주변인들 중에서 가장 잘 살려는 이기적이고 비교만 당하는 속세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이런 나에게 우울과 우울증을 알고 난 이전과 이후의 삶이 180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히이이익 쟤 상담받는대!!

내가 우울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을 때는 2010년대 초중반으로, 당시 ‘정신병’이라며 모두 쉬쉬하던 때였다. 우울증뿐 아니라 불안증, 공황, 발작, 불면증, 강박 등등 모든 심리적/신경정신과적 요소를 무시하거나 배제했었다. 그렇기에 나는 우울, 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면서 이제 그걸 알기 전의 아무 생각 없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절망했다, 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로 나는 끊임없는 곳으로, 자기 검열과 이를 대응하는 자아가 있는 지옥에서, 남들은 쉽게 하는 모든 일을 몇 년씩 걸려서 돌아가며 했다. 누군가에겐 적당한 자극이 나에겐 핵폭탄 같은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우울을 알기 전, 우울을 모르는 상태로 사는 것이 더 끔찍할 거라고 장담한다. (나는 그렇단 뜻임). 왜냐면, 난 분명 뭔지도 모르는 채로 머리채를 잡혀 감정과 생각에 끌려다녔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내가 ‘아 이거 우울증 심해졌네’,’ 병원 가면 약을 먹은 후 졸리다고 해야겠다. ‘ ,’ 긴장하면 배가 아픈데 모의고사를 여러 번 치니까 익숙해져서 이제 배가 덜 아프네.’. ‘심리상담 가격이 너무 비싸서 부모님께 미안하네, 혹시 관련 정부제도가 있나?’ 같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걸 몰랐다면 나는 그저 내 노오오오력이나 의으으으으지 를 탓하며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당했을 것이다. 사람이 가장 비참할 때가 이유와 원인을 모르는 고통이라고들 하지 않나. 나는 평생 그랬을 것이고, 내 주변에는 가족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들까지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라고 하다가 나중에 결국 핵심 원인이 터져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과 상태에 다다른 사람들 말이다.

나의 쓸데없는 생각들은 더 발전되어서, ‘내가 객관식 시험엔 약한데 ppt 만들기나 발표에는 강하네.’,’ 나는 유산소보다는 근력운동을 더 좋아하네. ‘,’ 나는 힘들면 폭식이나 과소비를 하는구나. ‘ ,’ 그래도 한국에서 첫 일자리를 잡을 거면 객관식 시험과 서류 통과를 위해 교육을 받아야겠다. ‘, ‘유산소도 중요하니까, 유산소 할 때는 재미있는 영상을 봐야지. ‘,’ 폭식은 너무 참아서 갑자기 터지는 거니까 그냥 평소에 맛있는 거 조금씩 먹자.’로 발전이 되었다.


모두 내 건강하지 못한 심리나 상황, 상태, 생각을 알았기에 가능했다. 결국 이게 글을 쓰고,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누군가와 더 건강한 대화를 하고, 상대방에게 이입은 못 해도 공감은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주었다.

가끔은, 신이 내가 너무 마이웨이로 살아서 이런 시야를 알라고, 내게 이런 것을 줬나 싶다.
근데 좀 빡쎄다.

이제 20대도 끝나가는데 적당히 줬으면 좋겠다.
적당히 내게 사실 S기업의 대주주가 양육자였거나
우리 엄마가 사실 영국의 여왕이었거나
내 동생이 갑자기 프듀 같은데 나가서 보이그룹 리더가 되거나
우리 아빠가…. 여기까지 하겠다. 나도 개소린 거 안다.

어쨌든, 내 인생에 너무 과몰입을 하지 않고 바로 결론짓거나 부풀리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괜찮지 않다. 나도 이런 수련 필요 없는 적당히 잘 나가는 대. 꽃(DAGARI 꽃밭)이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그 인생을 살 수 없다. 안타깝게도 내 인생이 아니다. 23살 졸업하기도 전 대기업 취직? 그것도 내 인생이 아니다.(그러나 부단히도 원했고 이를 위해 노력했던 워너비였다.)


직장 내 괴롭힘 당하고 인생 최대의 경제난을 겪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류를 탈락하고 있는 지금이 나다. 이게 행복하냐면, 아니다. 불행하고 우울하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불행하고 우울한 이유는, 괜찮은 자식이라서다.
더 잘 살고 싶고, 민폐 끼치기 싫고, 여기서 무너지고 싶지 않은 강한 사람이라서 불행한 거다.

내 지인 중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 있다. 다들 그더러 행복해 보이니 저렇게 살아야 한다고, 아무것도 없어도 행복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렇지, 결국 본인이 행복해야 하니까. 그런데 조금 지켜보니 본인만 행복했다. 그를 부양하는 양육자, 그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손위아래 가족들, 그저 행복만 한 그에게 부족한 사회성으로 인해 느닷없이 고통받는 주변인들이 보였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게임하고 남은 라면에 밥을 말아먹는 걸로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행복한 사람이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조금 불행하고 불편하더라도 썩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다.
행복이야 뭐, 라면에 밥 말아먹어도 행복한다던데. 나는 오늘 어메이징 오트 라테를 먹어서 제법 행복했다. 이렇게 구하면 되는 거겠지.


해야 할 것들을 다시 하나씩 살펴본다. 다시 제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이 글을 쓸 때 참고하고 영감을 준 유튜버들과 그 영상들


https://youtu.be/NcYYfaNTtn8?si=wrPAmgt-hl8p8-Nt

https://youtu.be/wXtBdCyn8rk?si=rnf6drTxaKZPXZbh

https://youtu.be/MtJQ2D8lUaY?si=eecCcQsWRGS664V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