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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an 18. 2024

HIGHWAY TO HELL(쟤랑 비교하기)

어차피 지옥인디 그냥 마음은 굳이 더 지옥으로 안 가기로 함.

갑자기 완성된 배경이라 놀라셨죠? dokki라는 유튜버 분의 그림 튜토리얼에서 시작해서 그렇습니다. 저는 오늘은 배경을 훔쳐온 셈. (링크는 맨 마지막에 넣겠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법 따윈 모르겠다.


어제 저번주 일주일 지출을 점검했다. 월세나 관리비, 교통비(설날 기차표도 있으니) 등을 포함한 필수 지출부터 심리상담, 병원, 약속, 충동적으로 뭐 사는 지출, 생필품까지 미리 예산을 짠 것과 실제로 쓴 것을 비교했다. 이럴 수가. 아주 정확하게 소수점까지 맞아떨어지지 않는가(물론 나는 1만 원 단위를 쓴다. 0.1이란 천 원이다.)!



아주 기뻤다. 나는 취업준비를 첫 시작하던 3년 전, 잘 모으던 돈을 배달음식과 허세용 과소비에 꼬라박았고 취업을 하면서 소비가 커지며 신용카드까지 남발하던 최악의 소비습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안 아낀다가 아니라, 돈을 어디에 왜 쓰는지 왜 썼는지 파악조차 못 한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위험한 소비를 하고 있던 셈. 심지어 백수가 되어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1주일치 예산만 짜봐. 한 달 치로 하면 너무 크게 느껴지니까.'라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1주일치 예산만 뇌에 힘을 준 지금! 드디어 딱 맞춰 쓰거나 그것보다 적게 쓰기 시작했다. 오마이갓 걸음마를 시작한 느낌이다, 완벽하다!

뭉게뭉게. 영상 보면서 열심히 해봄.

하지만 이 좋은 변화를 한 번에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처박는 방법이 있다. 대기업에 가서 자가를 마련하고 있는 내 동창을 보는 것이다. 그는 나의 소비습관 분투기는 20살에 이미 끝냈고 서울에 살지 않는 점, 알바를 끊임없이 하고 바로 대기업에 취직한 점, 무엇보다 건강한 소비습관과 자기 통제력으로 이미 나와 생활수준 차이가 엄청나졌다. 점차 그의 허세와 내 상황을 무시하는 언행으로 인해 멀어졌지만, 그를 생각하면 나의 걸음마는 아무것도 아닌 셈, 아니 오히려 마이너스인 셈이다.


그렇다. 나는 비교를 하지 않는 법을 모른다. 하지만 세상 살다 보면 가끔은 자기 자신만 오로지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그게 지금이다.



유튜버분은 잘하던데 나는 왜...

노예제도가 있거나 여성이 아예 참정권이 없던 아주 예전 시절을 생각해 보자. 우린 남들과 비교를 덜 했을 것이다. 아예 다른 세상이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졌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부러워하는 마음마저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원하는 것을 노력하면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스타그램만 해도 뭐 난리가 났다. 인스타그램의 힙한 사람들뿐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만 봐도 엄청나게 비교가 된다. 출발선이 비슷해 보였거나 예전에 내가 더 나았던 적이 있다면 그 열등감과 비교는 엄청나진다.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을 당했던, 외적 요인이건 내적 요인이건 우울증이나 adhd, 불안장애 등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낮은 효율을 내는 상황에 처했다면 더욱 그 차이는 두드러진다.


내 눈앞에는 망치 하나 못 하나 있는데 저 옆에 탱크로 다른 집 부수고 3d모델링하면서 집 설계하는 사람만 보다 보니, 망치 하나 못 하나도 안 보이게 된다.

ㄱ.. 그래도 제법 낫배드하지 않습니가?

솔직히 나는 그 망치나 못에 감사는 못 하겠다. 하지만 그 망치로 나를 때리거나 저 잘 나가는 녀석을 때리러 가면 인생 자체도 고장이 나길 마련이었다. 나의 20대 중후반은 그 망치조차 보지 않고 주변에 화려한 집을 만들거나 탱크를 마련한 녀석들을 보며 괴로워하다가 지나갔다. 내가 왜 과소비에 중독이 되었는지 이쯤 되면 아실 것이다. 나도 남들이 보기에는 경운기 하나라도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안달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은 그냥 내 망치와 못을 보기로 했다. 나는 여기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결심 따위가 아니라 사실이다. 체념으로 봐도 된다. 공부를 해본 사람들은 한 번쯤 겪어보았을 일일 텐데, 목표 도달치를 보면서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하며 공부하기보다는 그냥 눈앞의 한 문제씩 쳐내는 게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너무 막막할 때는 눈앞의 현실을 간단히 마주 보고 할 일을 해낼 뿐이다. 지금 내가 여기에 영원히 머물러 있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믿고.

완성! 다음에도 다른 영상 참고해야지.

그러다 보면 아마 이전에 원했던 것과는 다른 결실을 맺게 될 수도 있다. 더 작은 규모일 수도 있고, 쟤가 가진 탱크를 원했는데 하다 보니 헬리콥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망치와 못 하나만 계속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망치로 못을 박을 수밖에. 


HIGHWAY TO HELL.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

내가 존경하는 멘토분 중 한 분이 해준 이야기이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결국 HIGHWAY TO HELL. 내 마음이 지옥으로 가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난 이제 취준을 다시 시작하는데 대기업에 붙어 탄탄대로를 달리는 친구를 내 목표로 핑을 찍어서 달려가봤자, 그와 나의 차이는 멀어질 뿐이며 나의 인생이 아니라 그를 이기려는/따라잡으려는 인생을 살게 된다고 하셨다.


삶이 지옥이라면, 마음까지는 지옥에 가지 않기로 했다.


+)

배경 그림과 그림 튜토리얼 출처

https://youtu.be/HyfJxoROpY0?si=UjRAlUgLkm1HCK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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