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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an 11. 2024

스스로에게 ‘탈출’을 허하십시오.

나를 함부로 대하는 곳과 관계에서는 ‘감히’ 나와서 잘 사는 내 이야기



나이가 들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에 의연해지게 되었다. 나 같은 사람(우울증 혹은 불안장애 혹은 외로움을 병적으로 무서워하는 사람 등)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탈출’이다. 전 직장/ 오래된 관계이지만 상처만 주는 친구 등등. 그렇다, 오늘 할 이야기는 바로 ‘당신을 함부로 대하는 그곳에서 나와라’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진 않겠다. 사람마다 상처를 받고 버틸 수 없는 영역에 이르기는 다르며 같은 ‘퇴사’를 두더라도 신입사원과 가정이 있는 1N연차 리더는 다르다. 같은 ‘친구 관계에서의 일방적인 이별(개인적으로 손절이란 단어를 좋아하진 않아서 이별이라고 함)’이라고 해도 중고등학교 친구와 사회에서 만난 친구와 다르다. 그렇다, 나도 모른다. 원래 자신 없는 사람들이 말을 길게 하길 마련.



뭐 어쨌거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하고, 함부로 나를 대한 친구와 멀어지면서 자극이 0이 된 내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업무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도를 넘으면 퇴사가 맞다.


어떻게든 살게 된다. 하지만 거기 있었으면 내가 걔네를 죽이거나 걔네가 나를 옥상에서 떨어지게 했을 것이다.


나에겐 고용이라는 뼈아픈 단어가 있다. 내 브런치를 오래 보신 분들은 이미 많이 아시겠지만, 채용전환형 인턴에서 부서 내 유일하게 전환되지 못했고, 스타트업에서 정규직으로 잠깐 활동했으나 정규직 월급을 못 주겠다며 쫓겨났다. 그렇게 괜찮은 기업에 원하는 커리어로 입사했으나 내가 겪은 것은 1년간의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쓸모없는 사람/필요 없는 사람/ 나랑 장난해?”등의 인신공격과 갓 팀장이 되어 첫 부하가 있는 게 신나서 경박한 괴롭힘을 시전하고 그를 뒤에서 조종한 가장 큰 리더였다.


미친놈’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 두 명의 리더는 아주 경박하고 추잡하게 나를 괴롭혔으며, 심지어 “일이 중요하냐”며 말도 안 되게 혼냈다. (자기들도 일하러 오는 게 아니라 사람 괴롭히고 밟으러 오는 듯) 뒤에서 없던 소문을 만들어내고 내가 어지간히 싫었는지 “너는 필요 없다. 너 같은 사람으로 영업이익이 주는 이 마당에 월급 줘야겠냐”며 인사팀도 대표도 아닌 주제에 협박을 해댔다. 막상 나가니 바로 인사팀에게 나보다 먼저 연락해서 자기들 하소연을 해댔다. 다 알고 의도하고 괴롭힌 거구나, 싶더라.


다시 적다 보니 화가 나서 눈물이 난다. 더 지랄하고 나올걸 좀 아쉽다. 진심으로 그 회사 근처에서 숨어있다가 그 두 명을 칼로 찌를지 고민도 했다. 알다시피 작년부터 지금까지 취직은 더욱 힘들었으며  나는 여전히 서류합격도 고전을 하고 있으니까.


여기까지 들으면 내가 정말 그 과거에 빠져있고 제대로 된 분간이 안 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나는 나왔고 그래서 사람 취급을 다시 받았다. 업무보조였지만 꽤 어려운 업무도 계약직으로 하며 칭찬을 많이 들었고, 다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게 낯설었다. 지금 얼마나 머릿속에 죽음이 없는지, 사무실에서 누가 나를 뒤에서 칼로 찍어내리며 웃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지, 그 환경과 그 사람 두 명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 이제야 보인다. 내가 안 나왔으면 정상이 뭔지 몰랐겠지.


당연히 나가면 돈이 없고, 경력이 끊겨서 무서웠다. 지금 같은 취업난에 경력이 3개나 있는 1년 차 여자 문과 직무(심지어 전공은 공대)를 누가 뽑겠는가? 그런데 나는 확실히 말한다. 더 일찍 나올걸 후회한다고. 돈은 어떻게든 벌렸고 취직이 늦어지긴 해도 음식물 쓰레기를 눈앞에서 먹는 쇼를 하는 그때의 기분보다 나았다. 당신은 훨씬 좋은 사람이다. 그딴 대접을 받고 버텼으면 알바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만 저런 사람들이 있을까?



두 번째, 함부로 대하는 친구에게도 멀어져라.


나는 최근에 여러 명과 멀어지거나 그들이 내게 대하는 행동들을 다시 보면서 화를 냈다. 애초에 내가 말을 안 할 성격이 아니므로 도를 넘는 행동에는 눈치를 주거나 대응을 했으나 그들은 “응 어쩔~니 말 안 들어~ 넌 그냥 나한테 취급이나 계속 받아~”라고 생각했는지 여전히 나를 그렇게 대했다. 예시를 일일이 들기에는 좀 다시 짜증이 나서 적당히 넘어가겠다.


아마 그들이 그래서 나 말고는 친구가 없었나 싶다. 들어보면 비슷한 동성/혹은 관심사의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내가 어떤 상황인지 잘 알면서도 “대기업인 내가 너무 힘들어 흑흑”거리는 새끼는 뺨 못 때린 게 한이다. 내 주변엔 대기업을 간 인재들이 많았지만 그 친구 제외하곤 아무도 그런 기시감을 내게 느끼게 한 적이 없다. 더 명언을 많이 했는데 이젠 화낼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냥, 좀, 없어 보였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많은 것을 이룬 녀석이어서 나도 좀 친해지고 싶었는데 뭐 나한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대화가 무슨 시한폭탄 수준.


그래서 멀어졌다. 서서히 멀어진 녀석도 있고 화를 내서 끊긴 녀석도 있고 내가 차단한 사람도 있다. 그냥 계속 그렇게 사시길. 나는 다시 그들을 볼 생각이 없다.


그때 알았다.

아, 차라리 무미건조하더라도 대화가 심심하고 평양냉면 같은 사람들이 좋다고. 무조건 즐겁고 여행도 같이 갈 정도로 겉보기에 친밀해 보여도 대화가 혐한 때처럼 고추냉이가 랜덤으로 들어있는 오사카 맛집을 가는 것은 이제 거절하기로 했다.


뭐, 20대 초중반이야 그런 도파민 뿜뿜 하는 관계가 좋았고 그들이 없으면 내 주변에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으면 의외로 그들이 없어도 내 주변에 새로운 인연들이 생겼다. 퇴사를 해도 어떻게든 먹고살면서 다시 취준 하거나 살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

그림 참고한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5cbcqjoQ3sY?si=qcK342FYlZzPhyJ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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