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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an 25. 2024

심리상담은 무조건적 힐링이 아니다.(나는 전문가 아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듣는 이유.

시간이 없어서 대충 그린 그림입니다.

나와 비슷한 상태거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등을 겪는 사람들은 심리상담을 들어봤을 것이다. 듣고 있을 수도 있고 들으려고 계획중일수도 있고.

정신건강의학과는 빠르게 호르몬이나 상태를 진정시켜 주는 약 처방에 가깝다면 심리상담은 그 속에 있는 문제의 원인을 같이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둘 다 괴롭다. 전자는 처음 먹는 약이 내게 안 맞거나 적응하는 단계가 괴롭고 후자는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괴롭다(이봐요?)


그래서 심리상담을 받으면 '좋으냐(good)'면 잘 모르겠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럼에도 나는 들었어야 했다. 대충 아래와 같은 단편적인 부분들을 나열해 보았다.



선 굵기가 다르다. 대충 그린 티가 이렇게 난다.


1. 가격이 굉장히 쎄다.


요즘은 심리상담도 한 회기에 20만 원이 다 되어간다. 내가 처음에 심리상담소에 문을 두드렸던 8년 전만 해도 가장 가격이 낮은 선생님이 8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때도 학력이나 연구 실적이 많아 보이는 선생님은 15만원이었으며 그땐 심리상담 자체를 사람들이 거부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안 찾았던 시기이기에 더 그 가격이 납득이 된다. 그러므로 요즘같이 물가도 오르고 취업도 힘든 시기에 나와 같은 사람이 일주일에 한두 번 한 회기에 10만원이 넘는 가격을 쓰는 게 힘든 것도 납득이 된다.

그래도 뭐라도 좀 그려보자.


2. 무조건적인 격려나 응원과는 다른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상담을 듣고 있다. 지금 선생님은 5번째 선생님으로 나는 지난 8년간 5번의 심리상담을 1,2년 주기로 들었다.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나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힘들었겠구나, 하며 격려와 삶에 대한 용기를 주는 선생님들이 있는가 하면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나의 안을 들여다보며 내 행동과 마음 상태의 변화에 초점을 두는 선생님들도 있다. 지금 함께 하는 선생님은 변화와 원인에 초점을 두신 분으로 유일하게 내가 장기 상담을 내 돈으로 듣고 있는 선생님이다.


솔직히 말하면 몇 번이나 그만둘까 했다. 상담을 찾아간 처음에 10만원이 넘는 돈을 내기도 좀 그랬습니다. 어차피 그때는 '죽기 전에 누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하는 마음과 '그래도 살라고 누가 내가 납득 가능하게 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고(이 상반되는 두 마음은 나의 기저에 있는 것으로 이번 상담에 가장 큰 줄기가 된다.)




늘 그리던 것을 그리자, 나는 진부한 사람이니까.


3. 해결책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고 싶지 않던, 하지만 마주해야 했던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제 내 상담이 10회기가 넘고 당연히 돈도 엄청나게 썼다. 알바를 하며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곧 서른인 취준생이 쓰기엔 힘든 돈이다. 게다가 난 한두 번 들으면 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서로 미궁에 빠지기만 했다. 이 나이 먹고 난 내가 뭘 원하는지 여전히 모르고 회피하고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업무를 하는 것부터 나의 감정을 설명하고 생각을 돌아보는데 '깊지'않았다. 약간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을 늘 받았는데 이게 곧 섬세하지 못하거나 했던 실수를 또 하게 되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이력서에 경력이 애매한 단어로 쓰여있기도 했다.(물론 구체적으로 노력해 봤지만 도저히 그렇게 써지지 않았다.)

갑자기 완성된 이유 : 레이어를 합쳐버림.

그러다 보니 나조차도 나를 모르는 상황이 되어서 말은 바뀌고, 또 미궁으로 끝나고... 나는 시간이 촉박하고 금전적인 상황도 안 좋은 것을 넘어서 머릿속과 마음속 모두 복잡해지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그 모든 일들의 원인이라도 알아낸 것이 훨씬 마음이 편했다. 이유 없는 고통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데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려운 고통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이나 용기를 같이 주는 사람이 (비록 내가 돈을 많이 내고 일주일에 한 시간만 마주하는 선생님일지라도) 있고 그분을 며칠 뒤에 본다는 것이 주는 안정감이 엄청나다.


일단 그려보았다. 퀄리티 더 높이는 영상을 보고 공부하고 싶은데 귀찮다. 날로 먹고 싶다.

요 며칠은 정말 복잡했다. 다시 알바도 하면서 취업준비 및 영어공부도 해야 하고 이제 어디든 몇 개월 안에 자리를 잡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런 마음까지 복잡해지니 심란해지고 심리상담 듣지 말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삶의 문제는 이제 조금 그만두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회피하고 보호자(부모, 상사, 선배 등)가 커버해줬던 현실적인 문제를 다시 하나씩 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정규직 취직은 못해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몇 개월 안에 작은 곳이라도 자리를 잡는 그런 해결 말이다. 그 과정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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