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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Feb 08. 2024

왜 세상이 나에게만 그럴까.

라고 생각하셨다면.

내가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왜 너에게만 그런 일이 일어날까?"

더 심하게는

"점을 보러 가. 뭐에 씐 거 아냐?"

한국이 안 맞는건지 그냥 삶이 안 맞는건지 제엔장

그렇다. 나는 제법 환장하는 삶을 살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으니 이를 누르고 정상적인 척을 해와서 지금 브레이크가 걸리는 게 당연했다. 대부분의 우리의 인생을 책임지는 트라우마란 것들은 나의 잘잘못과 상관없이 교통사고처럼 들이박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비뚤어진 우리는 또 삶에서 많은 줘엇같은 일들에 휘둘리게 된다. 내가 다리가 다쳤는데 남들처럼 전력 달리기를 해야 할 때 제대로 못 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건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적용된다. 어쩌면 더 심하게 적용된다.

그냥 아예 사탄이 되련다.

그렇기에 "이 모든 안 좋은 일들은 내가 불러왔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하지만 여기서는 뭐가 맞고 안 맞고를 이야기하진 않겠다.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어케앎?


하지만 의외로 치명적인 일들은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현실적이라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 아니라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신의 존재와 상관없이 일어나야 했던 일이다. 그러니 신이 비극적인 삶을 사는 인간인 나를 점찍은 것처럼 나의 모든 일에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하필 나이기에 일어난 일도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 그건 나의 대처나 상황으로 인해서 일어난 경우도 많다. 즉 이쪽도 어느 정도 관여를 한 셈.


물론 진짜 귀신 붙어서 잘 안 되는 분들도 있겠죠. 나는... 거기까진 모르겠음... 혹시 제가 정말 귀신이 붙은 거라면 나중에 알아보고 후기를 적겠습니다.

진짜 그렇다면 도망가것습니다.

예를 들어, 나의 인생 중 "결국 난 안될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에피소드가 있다. 몇 번이나 우려먹은 한 대기업 채용전환형 인턴에서 혼자 떨어진 이야기이다.(심지어 채용 취소를 당함) 그런데 이게 은근 현실적인 비하인드가 있었다.


첫 번째, 초반에 인턴의 점수들은 어떤 툴을 활용하는 과제로 매겨졌다.

두 번째, 나는 그 툴을 잘 다루지 못했다.

세 번째, 만약 인턴이 100명이면 실제로 전환은 50명만 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네 번째, 그런데 인턴 진행동안 40명 이상이 다른 기업에 붙거나 중도 포기로 퇴사를 했다.

다섯 번째, 인사팀은 50명만 무조건 붙이라고 했고, 떨어질 때는 남자와 여자 동일한 인원수를 떨어트려야 하는 룰이 있었다.(글로벌기업이라서. 그런데 이 말은 여자든 남자든 내가 성적이 더 좋아도 내 성별이란 이유로 떨어질 수 있단 의미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 물론 하필 내가 잘 못 다루는 툴이 과제로 되었다는 것은, 내가 그 일이랑 안 맞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업, 원래 그러기로 유명했더라. 내 일이 있던 후 정규직이 된 동기의 이야기를 들으니, 인턴 몇십 명에게 다 전환시켜 놓겠다고 공표해 놓고 전부 잘랐다고 한다.

다시 생각해도 개빡침.

미친놈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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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차피 누군가는 겪어야 할 일, 하필 나였어야 했던 경우가 많다. 그건 맞다. 그래서 내가 다시 상담을 듣고 내 사회적 모습을 바꿔보려고도 해 보고 세상과 타협하면서 고생하고 있다.

사실 그냥 날아가고 싶다.


내가 경력을 충분히 쌓지 못하고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 것도 나라는 사람이기에 그랬을 거란 생각도 드는 지금. 난 이제 나이를 충분히 먹어가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내에서 덜 절망하면서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자의식 과잉도 젊은 체력에서나 가능하지. 이젠 해야 할 것을 찾아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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