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경 Oct 01. 2024

오랫동안 정체된 시간을 지내며 나를 잊어갔다

오랜 정체기 속에 점차 나를 잊어가게 되었다 

나의 정체기는 어디에서부터 였을까. 나의 정체기가 시작된 시점이 어디쯤이었는지 명확하지도 않고 너무나 오랜 시간을 정체된 시간으로 보냈기 때문에 그 시작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마지막 직장 생활 이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지만 좋게 흘러가지 않았고 늘 결과가 없거나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때부터였다고 할 수 있을까. 2020년 이후로, 건강상의 이유로 쉬거나 피신 생활을 하느라 쉬거나 내가 하는 일들이 흘러가지 않아 쉼의 시간을 지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라고 하면 5년째, 꽤 긴 시간이 쉼으로 흘러갔다. 어쩌다가 나는 오랫동안 쉬어야 했을까.


층간 소음을 심하게 겪으면서는 오랫동안 피신 생활을 지내야 했고 반려견 나루를 데리고 집을 떠나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층간 소음으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건강이 좋지 않아 쉬어야 했다.

매일매일의 생활이 그랬다. 엄마가 집에서 나가시고 나면 우리를 괴롭히는 소음이 시작되고, 나루는 나에게 나가자고 하고 나는 나루의 뜻에 따라 산책을 떠나고. 그것은 산책이 아니었다. 산책이라기보단 피신에 가까웠다. 나는 늘 집에서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층간 소음이 일어날 때 나루가 집을 나가자고 할 것을 대비해서였다. 소음이 일어나면 우리는 집을 급히 떠났고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밖에서 산책을 했고 엄마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엄마의 귀가 상황을 살피다가 엄마가 집에 돌아오시면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서는 불안했기 때문에 아침 식사도 할 수가 없어서 집 밖에서 해결했다. 고구마를 가방에 챙겨서 우리가 가는 공원에서 먹거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우유를 사 먹곤 했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곳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앉아 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그렇게 집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편 그것은 분명 피신이었지만 우리는 산책으로 시간을 보냈다. 공원에서 곳곳을 걸으며 상쾌한 공기와 기분 좋은 햇빛을 즐겼다.

그리고 층간 소음으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몸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오랫동안 치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마음 건강이 좋지 못하니 몸도 건강이 좋지 못했고 쉬어야 했다. 한편 2020년 말부터 구움과자를 판매하기 위해서 만들기 시작했고 SNS 계정을 만들어 사진과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위에서 가하는 폭력적인 소음을 겪으며 불안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일을 하거나, 집 밖에서 SNS에 글과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런데 층간 소음을 심하게 겪게 되면서 1년 정도를 공백 기간으로 지내게 되었다. 위에서 가하는 소음이 너무나 폭력적이었고 나는 마음이 불안해서 무엇을 할 수가 없었다. 늘 치유가 필요했다. 그렇게 지낸 시간이 꽤 길었다.


2020년부터 나는 나루와 함께 있기 위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했고 구움과자 판매, 반려견 사료 판매, 수익형 블로그 운영을 했었다. 돌이켜보니 정체기 속에서도 나는 늘 무언가 하려 했던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일들은 잘되지 않았다.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조금씩 판매가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순수익이 너무나 적거나, 돈을 벌기는 하지만 나가는 돈이 있어서 남는 돈이 없거나, 블로그는 저품질을 맞거나. 노력은 있지만 늘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쉬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쉼으로 지내게 되면서 점차 내 모습은 지워져 갔다. 쉼으로 긴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나는 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무엇이건 늘 무언가를 했던 나였는데 나의 시간과 생활을 나의 것이 아닌 쉼과 피신으로 채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없어져 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그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없는 날들이었다. 내 시간들은 굉장히 무료했고 때로는 그 무료함이 두렵기까지 했다. 너무나 크고 무거운 시간을 비어있는 것으로 지내야 했고, 그것이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했지만 슬프게도 그 시간 속에 나는 없었다. 아마도 내가 열정적이고 목적 지향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쉼의 시간이 더욱 무거웠고 견디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거의 5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쉼으로 지내며 나를 잃어갔지만 현재는 상황이 나아졌고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 회복과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꿈과 목표를 갖게 되었다. 다시 나를 찾아가는 길 위에 서게 되었다. 쉼의 시간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 속에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쉼으로 지내야 할 것 같았고 더 이상 나에게 무언가를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에게 새로운 일이 생겨난 것이다. 글을 쓰게 되면서 내게 회복과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나의 시간들을 글쓰기로 채우면서 그 속에서 나를 찾게 되었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작은 성취의 경험들을 쌓아가게 되면서 바닥을 쳤던 자존감도 회복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꿈꾸고 있는 나를 보자니 다시 나를 찾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참 감사하고 행복한 요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