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문화 되돌아볼 필요 있다
나는 <나 혼자 산다>에 연예인과 함께 나오는 반려동물을 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나 품종견과 품종묘들이 나오면 더욱 그렇다.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별다른 언급 없이 방송에 품종묘와 품종견을 노출시키는 건 위험하다. 유기동물을 입양한 사례라고 밝히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품종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품종묘와 품종견에 대한 수요로 연결되고 이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해당 품종묘와 품종견을 분양하는 펫숍과 업자들이 늘어난다. 포털 사이트에 '나 혼자 산다 고양이'만 치더라도 유명 연예인 이름과 함께 펫숍의 분양 광고 글을 볼 수 있다. 당사자가 반려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입양했는지와 관계없이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반려동물은 시중에 비싸게 판매되는 품종묘인 경우가 많다. 우연의 일치일까.
번식장이 없으면 펫숍이 존재할 수 없다. 조그마하고 귀여운 강아지들은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번식장은 강아지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처럼 운영된다. 강아지 공장의 어미 강아지는 임신과 출산만을 반복한다. 자연임신이 아니다.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한다. 말이 인공수정이지, 실은 주사기로 강간을 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아지 공장의 환경도 문제다. 배설물이 켜켜이 쌓인 바닥 위로 뜬장이 박스처럼 줄지어 있다. 뜬장 안에는 강아지들이 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생활하는 강아지도 있지만 뜬장에서 지내는 강아지들이 대부분이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강아지들은 눈이나 입, 피부에 각종 질환을 달고 산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TV 동물농장> 제작진은 번식장을 은밀히 취재했고 765회에 방영되었다.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행위가 강아지 공장 산업을 지탱한다. 인간의 만족을 위해 어디선가 강아지들은 고통받고 착취당하며 생을 마감한다.
펫숍에서 사더라도 좋은 보호자 만나서 행복한 삶을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앞서 밝혔듯 그 새끼 강아지와 보호자는 행복한 삶을 살더라도 어미 강아지는 지옥 같은 삶의 연속이다. 게다가 유기동물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약 21만 2천 마리의 동물이 버려졌다. 그중 20.2%가 안락사되었다. 4만 3천 마리가 안락사되었다. 이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만 안락사로 죽어가는 유기동물의 수는 118마리다. 굳이 펫숍에서 새끼 강아지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새끼 강아지나 고양이가 펫숍에서 판매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펴낸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위축 또는 과잉생산으로 (반려동물) 판매가 부진하면 경매가 유찰되고, 유찰된 반려견이 식육견으로 판매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강아지 공장의 강아지가 펫숍에서 판매되지 않으면 식육견으로 가기도 한다. 펫숍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구매하는 일은 이 거대한 동물 착취 산업에 공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박세리와 배우 성훈은 <나 혼자 산다> 방송을 통해 유기견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능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나 혼자 산다>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이효리 또한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유기견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펫숍에서 생명을 구매하지 않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보다 근본적으로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동물의 귀여움을 소비하는 콘텐츠들을 양산하는 것이 지양되었으면 한다. 정말 동물들을 사랑한다면 동물을 대상화하기보다는 동물이 처한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 동물 채널에서 소개하는 콘텐츠는 동물의 신체나 표정을 대상화한 콘텐츠다. 동물을 생명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락의 도구나 힐링의 도구로 삼는다. 영상이나 사진에 담아 놓고 SNS에서 공공연히 자랑하는 문화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