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바다에게

나의 어린이를 향한 어느날의 위로

by rumi

등교하던 길,

도로에 있는 어떤 얼룩을 밟고 가다 네가,

“어! 이거 내 상처랑 비슷한데?!”하며 신기해했다.


그 비유에 엄마마음이 좀 그렇고

오늘은 모처럼 시원한데 좀 더 긴 티셔츠를 입힐껄 그랬나 싶어서

“팔에 긁은 상처 보고 누가 아는체 하면 뭐라고 해?”

물었는데

갑자기 입이 실룩실룩하며 아이의 표정이 어둡다.


“난… 그러면 너무 속상해.”


마음이 갑자기 시큰,해진 내가 다시

”그치. 선생님이나 친구가 너 아토피야? 어머, 왜 이래? 하고 물으면 뭐라고 말했어?” 다시 물으니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가 푹 숙여진 아이.


더 시큰해지는 내 마음 들키지 않으려고

”네! 열심히 치료 중이에요. 이건 어때?”하고 아이의 어깨를 감싸며 다정한 눈빛을 보내지만

아이가 등교하고 나서 내 마음이 내내 가라앉았다.


네다섯살 즈음

밤마다 우리를 힘들게 하던 아이의 피부 문제가 다시 불거진 늦봄.

그리고 날씨가 더워지며 다시 밤마다 너는 긁느라, 그런 너를 상처나지 않게 살펴봐주랴 고단한 우리의 밤들이 이어진다.


어디서는 접촉성 피부염, 어디서는 아토피라던데

어쨌거나 장기전인 피부 트러블 앞에서 그때처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최선을 다해보는 계절이다.


돌아온 네게 어떤 위로를 해주면 좋을까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 아침.

문득 네가 도로 위의 얼룩과 견주었던 얼룩덜룩하고 가장자리가 선명한 구불구불한 상처가

내게는 마치 파도가 밀려드는 모래사장 같아서

내 마음에 너를 향한 시가 수놓인다.




네 팔과

네 다리에

파도가 친다.



너울너울

간지럽히며

야속하게 파도가 밀려든다.



참으로 숱한 밤이다.

너를 깨우고

나를 깨우며.

파도가 야속하게 친다.


너울너울

철썩철썩


우리의 그 밤바다는 우리만 알겠지만

우리의 그 얄궂은 파도는 우리만 기억하겠지만

아이야, 걱정하지 말렴.


너는 바다같은 아이.

푸르고 깊고 깊은 바다.


누가 아프면 위로할 줄 알고

네 마음. 어느 날은 거세게 어느 날은 잔잔하게 표현할 줄 알고

어느날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라고 이야기할 줄도 알던.

그런 아름다운 말과 마음들을 가슴에 가득 품은.

아마도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들이 그 안에 가득할.


그러니

이런 성가신 파도 쯤은 네게 지나가는 바람 같은것일 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렴.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렴.


매일 또 크고

매일 또 예뻐지는 반짝이는 바다 같은 네게

어느 날 문득 반갑지 않은 파도가 밀려와도

그건 그저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일 뿐.


아이야.


너는 바다란다.

깊고 귀한 그 속에 많은 것을 품고서

아름다운 생명들이 내내 쉬어가게 하는,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





금요일이라고 신나게 하교한 아이와 마주 앉아

할머니표 식혜를 시원하게 마시고 들려준

엄마가 만든 너를 위한 이야기.


아이는 한참을 내 품에 말없이 안겨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 컴퓨터 메모장에 남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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