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이 느린 편이다.
NFT 시장은 매일 새로운 아티스트로 넘쳐나는데, 내 그림 실력이 언제쯤 일취월장할지 모르겠다. 시장에 나온 작품들과 견줄 만큼 멋진 모션과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어서 민팅*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루빨리 직접 민팅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작업 중이던 애니메이션을 중에서 그나마 덜 민망한 녀석을 골라서 민팅 해 보기로 했다.
*NFT 용어 사전: 민트 (Mint, 주조하다)
민트 초코 할 때 그 민트? 아니다ㅜ 민팅 (Minting an NFT)라고 하면, 디지털 아트 (또는 디지털 자산)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거쳐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토큰으로 거듭나는 것을 말한다. 토큰이 만들어지면 디지털 아트의 창작자와 소유자의 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된다.
참고자료
https://help.foundation.app/en/articles/4742869-a-complete-guide-to-minting-an-nft
앞서서 지갑을 마켓 플레이스와 연결하고 이더 구매도 해 두었기 때문에 민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페이지에 입력란들을 채우다 보니까 하나둘씩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을 처리하다가 실수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수수료를 두 번이나 내고 말았다. 이더린이가 NFT 시장에 들어가는 과정 중에 쉬운 단계는 한 번도 없는 듯ㅠ
클럽하우스랑 유튜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실수한 부분에서 비슷하게 실수한 적이 있다고 한다. 민팅할 때 꼭 확인해보고 나처럼 실수하지 않길 바란다!
NFT 작품의 가격도, 소개도 스스로 정한다
나의 경우엔 라리블 (Rarible)을 통해서 NFT를 생성했다. 오픈씨도 비슷한 과정으로 작품을 업로드하고 민팅할 수 있다. 민팅의 첫 단계는 간단히 하나의 작품을 민팅할지, 작품을 2개 이상의 콜렉티브로 나눠서 민팅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테스트를 위해서 하나만 올리기로 하고 Single 메뉴를 선택했다.
다음 단계는 판매하려는 작품의 판매 방식과 가격을 결정하는 일이다.
판매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경매다. 원하는 가격을 설정하고 경매를 진행하고 싶은 기간을 설정하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라리블과 오픈씨는 경매 판매를 권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시간제한이 있으면 작품의 희소성이 더 강조되기 때문일까?
두 번째 방법은 고정된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하는 방법이다. 경매의 경우, 더 높은 가격에 비딩 하는 사람이 있는지 계속 체크하고, 경매 가격 조정도 필요하고, 경매가 성사되었을 때에 수수료도 바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자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반면에, 고정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하게 되면, 컬렉터가 원할 때 언제든지 공지된 가격에 구매 의사를 밝히면 되니까 판매자 입장에서는 조금 게으르게 대응해도 된다는 식이다.
눈치 싸움에 자신이 없던 나는 고정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예술 작품의 가치는 누가, 어떻게 매기는 걸까?
예전에 NFT 개념을 이해하려고 진품명품 TV 프로그램에 비유한 적이 있다. 전문 감정사들이 미술품을 분석해서 현금 가치로 환산하여 작품의 가격을 알아보는 방법. 그런데 NFT 시장에는 진품명품에 나오는 감정사가 없다. 그럼 NFT 작품의 가치와 가격은 누가 정하는 걸까?
정답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오프라인 미술 시장에서는 작품의 크기, 작가의 전시 이력, 작품의 상태 등 어느정도 평가 기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NFT 아트 시장은 아직 가격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NFT 작품에 대해 작가 자신이 판단하고 가격을 정해야한다.
파일의 크기나 형식에 따라서 시장 평균 금액이라도 귀띔해주면 좋겠는데, 판매 가격을 입력하는 곳은 정말 담백하게 빈칸뿐이다. 자기 작품의 가치 얼마라고 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작품 가격들을 보며 평균을 냈다.
가격을 입력했더니, 친절히 서비스 수수료 2.5%를 계산해서 0.0XXX만큼 실제 받을 수 있는 이더를 말해줬다. 팔리지도 않은 작품에 벌써부터 수수료를 알려주다니, 판매 수수료 너란 녀석... :)
컬렉터가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작품 소개 쓰기
민팅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작품 소개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다. 간단하게 작품명과 스펙 정도만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전체 세계관과 작품 시리즈를 소개하면서 해당 작품은 그 스토리의 어떤 부분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있다. 가뜩이나 많은 작품이 민팅되는 요즘, 조금이라도 컬렉터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친절한 작품 소개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민팅을 하기 위해서 채워야 하는 텍스트 부분은 크게 3 부분이다. 제목, 작품 소개, 그리고 작품과 관련된 추가적인 스펙을 제공하면 된다. 예를 들어, 민팅을 위해 미리 작성했던 작품 소개를 가져와봤다.
제목: Remote work-life 9 to 5
소개: How has your work-life been changed since covid19? Remote working gives you a better work-life balance? Everyone might find it different, but many of us find ourselves having unexplained fatigue and burnout. If your head is stuck in the workspace, remember that you can always get out of it.
스펙:
- Size: 600x600
- Medium: Short digital animation
- Play type: loop
‘Remote work-life 9 to 5’은 무작정 애니메이션 연습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테스트로 만들었던 작품인데, 소개글을 쓰다 보니까 원래 이 작업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 만약 민팅을 계획하고 있다면, 조금 귀찮더라도 작품 소개를 신경 쓰는 것을 추천한다. 시리즈에 대해 한 번 더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되니까 한 번 더 신경 쓰면 좋겠다.
작품이 시리즈의 일부라면 시리즈의 내래티브를 함께 설명하는 것도 좋다. 특히, 이미 전시를 한 적이 있는 작품이라면 꼭 작품 소개에 추가하자. 컬렉터들은 작가와 작품 둘 다 관심이 있을테니까 :)
컬렉터들의 안목이 갈수록 높아지고, 정교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몇몇 클럽하우스 채널을 통해 들었다. 조금이라도 작품과 작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를 더 얻고 싶다는 컬렉터가 많아지는 것을 보니 NFT 작품을 소개할 때 친절할수록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본격 실수담 - 가격 정하다가 눈뜨고 코베이는 이야기
자릿세에 대해서 포스팅할 때, 민팅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https://brunch.co.kr/@rumierumie/67
하지만 실제로 어떤 종류의 수수료를 지불하는지,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한지 자세히 몰랐다. 이더의 가치가 너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구매해뒀던 소량의 이더로 모든 민팅 비용을 커버할 수 있을지 불분명했다.
미리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구매해 뒀던 이더를 메타마스크 지갑으로 옮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민팅 비용이 얼마나 비쌀지 계산을 하지 않은 채, 가상화폐 거래소에 구매해 두었던 이더를 모두 메타마스크 지갑으로 옮겨버렸다. 거래소에서 지갑으로 이더를 출금하는 과정에서 0.01 이더가 수수료로 사라졌다.
지갑에 있는 이더로 모든 비용을 처리할 수 있길 바랐는데, 안타깝게 0.00X 부족해서 오류가 나고 말았다. 그놈의 가스요금이 유동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에 계산 착오가 일어난 것이다. 속상하지만, 가스요금이 언제 얼마나 떨어질지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냥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추가로 이더를 구매하고 말았다.
지갑으로 이더를 보낼 때 드는 수수료가 얼마나 아깝던지ㅜ 앞으로는 작품 가격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어떤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 미리 예상해 보고 충분한 이더를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해야겠다.
민팅할 때 조심해야 할 것들
판매 가능 수량 정하기
가스요금 추세 확인하기 - https://www.gasnow.org/
경매 성공했을 때 지불하는 판매 수수료가 지갑에 있는지 확인하기
작품의 가격과 민팅 계획을 정했다면, 이제 세상에 작품의 탄생을 홍보해야 할 차례다.
클럽하우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커뮤니티 방에 들어가면 꼭 한 번씩 듣는 말이 있다. 조용하게 민팅하는 것은 누군가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를 찾아주길 바라는 것처럼 미련한 일이라고.
맞다. 요즘 NFT의 인기 때문에 오픈씨를 비롯한 거의 모든 마켓플레이스에 새로운 작품이 매 초마다 등록된다. 언제 누가 올렸는지 모를 작품들이 스크롤을 주루룩 내려도 끝없이 계속 보인다. 만약 작품을 민팅한 후에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는다면, 누가 감히 내 작품을 찾아보러 스크롤을 손가락 아프게 내려줄까?
평소에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소심하게 했던 게 후회된다. 만약 발 넓은 인플루언서였다면, 홍보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뜩이나 디지털 드로잉에 손도 안 댔던 사람이 갑자기 ‘나 작품 만들었어요~’라고 하면 얼마나 가소로울까?
하지만 어쩌겠어ㅜ 이미 주사위는 던져버렸다. 브런치에 NFT 세계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하나씩 풀었으니, 이제 포기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쯤 되면 이판사판, 작품을 홍보하러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