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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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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May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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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파란 하늘 최고

일러스트 : 아지트가…;; by 최집사



 어젯밤부터 인스타가 먹통이다. 이 짓, 저 짓, 온갖 짖 다해보고 결국 삭제하고 다시 깔았는데 올리려던 영상은 지워지고, 부계정엔 로그인도 되지 않는다. 비번이 틀리다고 한다. 본인 확인 메일도 오지 않고, 페이스북 연동도 되지 않고, 아침부터 멘붕이었다. 해킹을 당한 건지 단순한 오류인지 알 길이 없다. 열쇠 잊어버려 집에 못 들어가는 심정으로, 밖에서 창문 들여다보듯 방문자 모드로 사진들을 확인했다. 또로로… 그렇다고 하루종일 이것만 붙잡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착하지 말고 잠시 덮어두자 마음을 다독였다.



  맵쌀, 현미, 병아리콩, 렌틸콩, 버섯, 다시마를 넣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해 잡곡밥 블록을 만들었다. 한 조각씩 소분해 냉동해 놓고 아침마다 빵 대신 꺼내 데워 먹는다. 그릇에 물을 조금 붓고 계란을 함께 풀어 레인지에 2분 돌리면 초간단 영양죽이 된다. 아침엔 가공되지 않은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는 게 좋다. 간단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실제로 건강하게 챙겨 먹는 일은 품이 많이 든다. 요리가 중노동이 되지 않게 적당히 즐기며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몸을 챙기는 일이라 생각한다.



오전에 그림작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채소가게에 다녀왔다. 날씨가 좋아 나들이 가는 기분이 들었다. 미나리, 단호박, 버섯, 양파, 오렌지, 오이를 데려왔다. 오이는 집에 있는데 또 사버린 걸 알았다. 그래도 5개 이천 원이라 위안이 된다. 미나리는 삼겹살 구워서 덮밥 해 먹고, 단호박은 두유 넣고 잼 만들고, 대량의 오이로는 여름맞이 피클을 담아야겠다.



 어제 씻어서 물에 담가놓은 김장 김치로 찌개를 만들었다. 돼지고기 조금에 버섯, 두부, 호박, 파를 넣고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양념을 했다. 점심은 잡곡밥에 열무김치, 오이채랑 찌개 건더기를 넣어 비빔밥을 해 먹었다. 유튜브 틀어놓고 스탠딩바처럼 싱크대 옆에 서서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후식으로 수박도 먹은 뒤 장 봐온 것들도 정리 했다.



가계부 정산을 하고 어제 날린 영상 편집도 다시 하고, 오늘은 할 일이 많아 냥이들에게 좀 무신경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 돌아와 문을 여니 가출을 시도하는 게 아닌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아이들이라 일단 룽지를 안아 작은방에 넣어 두고, 꾸리를 유인했다. 겁 많은 꾸리는 다행히 멀리 가지 못하고 제 발로 돌아왔다. 저녁에 사냥놀이로 혼을 빼놓아야겠다. 둘이 알콩달콩 잘 놀았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코드가 서로 안 맞는 거 같다. 결혼한 지 10년 넘은 우리보다 더 무심한 관계가 되었다. 전에 길에서 살때부터 우리보다 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https://www.instagram.com/reel/C68h7yKvG6Z/?igsh=Y3hkZXdlYmpueT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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