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재미, 팥텔라
코코아 없는 겨울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이 계절의 목적이자 의무였으니까. 매서운 겨울 추위와 싸운 후에 내가 늘 바라는 건 달디달디달디단 코코아였다. 학창 시절 눈 내리던 날 자판기 앞에서 만났던 녀석을 잊을 수 없다. 그 시절 150원 치 행복은 오늘날 15만 원짜리 오마카세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고 몸이 아프면서 초코를 줄여야 했다. 헤어져야 할 때를 알고 멀어진 연인처럼 지난 청춘은 맛은 아련하고 달콤한 마음에 각인되었다. 언제부턴가 내 돈 주고는 초코를 사 먹진 않지만 그 맛이 그립지 않은 건 아니다. 여전히 성장의 여지를 품고 있는 몸과 성숙이 필연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채 초코를 멀리한다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모순에 가깝다.
그러니 올 겨울엔 초코를 대체할 팥잼이라도 만들어야겠다. 한여름의 비비빅을 떠올리며 색도 비슷하고 맛도 좋은 팥코아 숲을 만들 것이다. 지난번 제주 친구네 갈 때 선물용으로 팥잼을 만들어 보았는데, 빵이나 고구마에 발라먹거나 두유로 농도를 맞추어 숲으로 먹어도 좋았다. 그렇게 할머니들의 워너비, 어른의 초코인 팥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바로 그 잼으로 다시 올 겨울의 재미를 찾을 것이다.
재료 : 팥. 두유. 비정제설탕. 떡볶이떡
1. 씻은 팥을 한나절 물에 불린다.
2. 팥양의 2배로 물을 맞추고 밥솥에 찐다.
3. 냄비에 동량의 두유와 설탕을 함께 넣고 끓인다.
4. 소독한 병에 담아 냉장고에 숙성시킨다.
5. 팥잼과 두유를 2:1로 섞어 끓인다.
6. 그릇에 담고 떡볶이 떡을 새알처럼 잘라 곁들인다.
* 요리영상은 아래 릴스에…
https://www.instagram.com/reel/DDP8aNGzXh1/?igsh=Nnl0dzdld3lyY2R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