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핑크
본격적인 겨울을 맞아 패딩을 꺼냈다. 내복 대용의 골지 거북이목티도 꺼내고, 기모 안감 쫄쫄이도 준비해 두었다. 그렇게 몇 안 되는 겨울옷을 꺼내놓고 보니 죄다 무채색이다. 어느 초상집에 들어가도 위화감이 없다. 매년 이맘때면 한결 같이 상갓집 스타일을 고집한다. 그럼에도 모든 씨앗을 품고 있는 계절처럼 내면의 세계는 어느 때보다 다채로워진다. 만화책 책 속 캐릭터처럼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살지만, 날마다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소박하고 다양한 끼니들을 만들어 먹으며 안온함을 느낀다.
곱창 돌김 패션을 추구하는 지금과 달리 내게도 핑크가 퍼스널 컬러이던 시절이 있었다. 핑크 원피스에 핑크 머리핀, 핑크 구두로 깔맞춤을 하고 궁전 같은 곳에서 공주처럼 살겠다는 관종의 꿈을 홍역처럼 앓았다. 마흔이 된 나는 번쩍이는 드레스가 아닌 헌 옷으로 직접 만든 앞치마를 매고 매일 아침 주방에 선다. 스스로의 색을 정의하지 않으면서부터 세상 모든 색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깨달았다. 그렇게 빨간 비트도 주황 당근도 초록 브로콜리도 노란 호박도 보랏빛 가지도 아름답다 여기며 저마다의 세계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12월엔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스푼이 필요했다. 그 시절의 로망처럼 공주님 드레스를 입진 않지만 그 마음을 떠올리며 핑크빛 비트 감자 숲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재료 - 말린 비차트차. 감자. 두유. 소금
1. 말린 비트차를 따뜻한 물에 불린다.
2. 삶은 감자의 껍질을 벗기고 으깬다.
3. 으깬 감자, 두유, 비트를 믹서에 간다.
4. 냄비에 넣고 소금 간한 뒤 끓인다.
5. 그릇에 담고 요거트를 뿌린다.
* 요리영상은 아래 릴스에…
https://www.instagram.com/reel/DDTAdEOz6F2/?igsh=MW5od3VzdGZ5aXc5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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