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집사 Nov 24. 2024

건취나물감자 숲

봄으로 가는 겨울여행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다. 내 경우엔 실제로 여행을 할 때보다 하기 전 마음을 더 좋아한다. 앞으로 펼쳐질 풍경과 여정들을 상상하며 일상의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을 즐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제주도 앞바다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친구네가 제주로 정착을 해서 다음 주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몸이 다 나으면 제주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가는 제주도 좋고, 1년에 한두 번 꼴로 만나는 친구도 좋다. 무엇보다도 다시 못 올 24년 겨울을 반짝이게 할 추억거리가 생겨서 좋다.



 1년을 한 사람의 일생으로 보면 봄을 잠시 떠나는 여행과 같다. 익숙해질 때쯤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그래서 더 기다려지고 그 감동도 소중히 간직된다. 겨울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건 봄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그 계절이 간절하고 절실하며, 재대날 받아놓은 병장처럼 반드시 올 꺼라는 확신도 든다. 막상 여행을 가면 그 시간은 다시 일상이 되고,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다는 진리를 알게 되지만 어쩌면 그 특별한 평범을 배우기 위해 떠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같은 맥락으로 겨울엔 말린 봄나물이 어울린다. 어떻게든 봄을 떠올리고 설레는 마음을 한껏 고취시켜 나와 내 주변을 따뜻이 데워야 한다. 나물 속에 박제된 봄내음을 맡으며 그 계절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순간, 봄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겨울 속 꼭꼭 숨어있는 봄의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기쁨은 장차 우리 내면에 더 많은 꽃을 피우도록 도와준다.



얼마 전 사다 놓은 건나물을 꺼냈다.  냉동실에 대량 저장된 감자도 꺼내 껍질을 벗기고 나물을 물에 담가 불리는 사이, 영화 포레스트 속 봄동 된장국이 떠올랐다. 도망쳐온 계절, 봄을 떠올릴 수 있다면, 두려움은 설렘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 요리 영상은 아래에…

https://www.instagram.com/reel/DCuxrTUziU4/?igsh=MTFiaDZiOG50Mm5uOQ==


 * 릴스로그 [선데이 비디오]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CuwuAozaWe/?igsh=bmhycWlhODM5MDM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