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들을 위한 숲
연근만큼이나 버섯을 좋아한다. 사상이 어두워 그런가… 유독 컴컴하고 습한 곳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을 즐긴다. 어둡고 모난 성격을 유발하는 환경이지만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게 감동 포인트다. 그런 그들이 가진 반전 매력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다. 세상 무해한 얼굴을 하고서, 자기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땅 속 벌레들에게 우산이 되어 줄 수 있어서란다.
어릴 때 집 근처 잔디밭에는 버섯이 지천이었다. 물론 먹을 수 없는 독버섯이었다. 장미 가시와 같은 맥락으로 귀엽고 예쁜 존재들이 가진 최소한의 방어이다. 그 모습에서 결코 혼자 죽진 않겠다는 비장한 결계?를 느꼈다. 버섯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조용하고 구석진 곳을 좋아하고 주목받는 걸 어색해하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겠지… 나도 버섯머리가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표교과 풋콩으로 수프를 만들었다. 간식으로 사다 놓은 풋콩을 꺼내 까다 보니 이 녀석도 내향 클럽 회원이지 싶다. 낯가림이 심한 표고와 히키코모리 풋콩, 소극적이지만 내면이 깊은 수프가 될 거 같다.
* 요리 영상은 아래 링크에…
https://www.instagram.com/reel/DCr532xTeSe/?igsh=ZzV5Y3BqZzR2YzF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