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3 뿌연 하늘
모처럼 꿈을 꿨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커다란 개가 나왔다. 어제 영상에서 본 자이언트 리트리버와 비슷하게 생긴 덩치가 송아지만 한 아이였다.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꾼 개꿈치고 꽤 황홀했다. 덕분에 하루를 길몽으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괜한 죄책감에 냥이들에게 밀싹을 한 움큼씩 챙겨주었다. 여전히 하늘은 뿌옇지만 오늘을 잠시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여름으로 향해가는 계절,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에 뚜벅이 마일리지를 쌓아두어야지.
혼자 있는 시간은 느리게 간다. 그 덕에 내 안은 이런저런 생각들과 상상들로 채워진다. 매 순간 아이처럼 무한 긍정의 미래를 꿈꾸고 싶지만 보통은 코 푼 휴지 펼쳐보듯 과거를 재편집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기억의 대부분은 부끄러움의 지분이다. 그때 왜 쿨하지 못했을까? 좀 더 상냥할 수 있었는데… 부모님께 자주 전화를 드릴 걸 그랬다. 내가 속이 좁았구나. 손 발 끝을 오므렸다 폈다 허공에 발길질도 쉼 없이 날려본다.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부지런히 스스로와 대화해야 한다던데... 부끄러움이 성숙의 증좌라는 말은 그나마 희망적인 구절이다. 그걸 아는 어른으로 자라는 건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