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아무래도 내 집을 올해는 떠날 것 같다.
14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많은 나무들을 심었던 곳.
집에 너무 감정을 담아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나와 함께 세월을 보낸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막상 떠날 거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많다.
뭐든지 있을 때 잘해야 하니까…
내 집에게도 잘해야지…
난 참 철없고 모자란 사람이다.
무던히도 모자라고 둔하다.
이렇게 살아온 곳 자체가 참 복이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정말 인복이 많았다.
털털하고 조금은 지저분하게 사는 나의 생활 스타일에. 만족하고 살아주는 우리 강아지
그리고 우리 하우스 메이트들
그리고 그저 그런 나를 인정해 주는
지인들
내가 이만큼 살아내는 게 다 내덕이 아님을 알고 있다. 난 참 복도 많은 사람이다.
옛날 카메라모드로 찍으니 오늘의 날짜가 찍힌다.
저 날짜가 미래에 나에게 위로를 줄까…
가만히 쳐다보니 나의 과거가 고대로 묻어 있는
장소이다.
오늘 하루만 센티멘탈하게
많은 기억들을 기억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구석구석을 쳐다보고 만져보리다.
자라고 있는 파뿌리에도 여전히 물을 주고
자연이 길러준 호박도 보살피고
내가 심은 레몬과 귤과 라임 나무도 쳐다보고 인사하고
동백꽃들은 나에게 이쁘게 인사를 한다.
이두커플은 나와 오랜동안 울고 웃었다.
털이 더부룩 자라서 덤덤한 우리 아이까지도
게으른 주인을 만나 나이들어 버린 뒷마당도.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면서
이제는 좀 더 부지런하게 나이들어 가자 생각을 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 좀 더 부지런하게 살아가자고.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니까
난 그렇게 믿으니까…
https://youtu.be/gR4_uoJdOr0?si=2NBNfeqpOQuAH-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