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슬픈 마음으로
난 요즘 아무 생각 없이 6시부터 일어나면
커피를 한잔 마시고
마당을 한 바퀴 돌며 살피고 쳐다보고 청소하고
치우고 있다.
먼지가 가득 쌓인 집을 겨우겨우 치우면서
게을렀던 나를 대단히 반성하고
시커멓게 타들어간 내 마음을 쓸고 닦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집을 청소하며,
내 슬픈 마음과 오랜 외로움도 씻어내고 있다.
그래!
다시 시작해 보는 거야
이렇게 쉽지 않은 결정으로 나를 끌어내고
용기 내보고 있는 거야.
스스로 다독 거려주면서 말이다.
열심히 water pressure 기계를 손가락 마디가 아프도록 꼭 쥐어가며 물을 쏴서 뒷마당을 다 청소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말이다.
내 오래된 집도 15년 만에 새롭게 바뀌어 가고 있고
빛도 더 많이 들어오고 깨끗하고 단단하게 변해가고 있다.
이번 주부터 페인트도 시작을 했다.
난 열심히 내방에 꽉차있던 책들과 짐들을 싸고 버리고 먼지를 닦았다.
거실에 모든 가구들을 넣어 놓고
방들 안의 남은 가구들은 비닐로 다 덮고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바닥에 천을 깔고 작업들을 하고 있다.
일하는 분들은 시간이 되자
모든것들을 고대로 놓은 채로 퇴근을 해버렸다.
내일 내방이 저리 바뀔까?
고민스럽다 밤엔 자야 하는데 말이다.
내방도 마치 내일 이사를 갈 것처럼
짐을 싸고 먼지를 닦고,
정리를 했다.
중간중간 겨우 일을 다니지만
정신이 없다.
요즘은 집에서 밥도 잘 안 먹힌다.
대충 아무거나 먹고 때우면서 쉬는 날은 집안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할 일이 넘쳐난다.
잡초도 뽑아야 하고 잔디도 깎고 코너를 잘 다듬어야 하고
정원도 정리를 해야 하고
비가 멈추면 지붕처마에 있는 나뭇잎과 가지들을 걷어내야 한다.
왜이렇게 할일들이 많은지…
끝도 없는 일이 날 살아내게 해주는 건가…
그리고 토요일은 이사갈 집을 보러 다닌다.
다음에 살집은
잔디도 많이 없고,
튼튼하고
공기가 잘 통해 곰팡이도 안 나고
습기도 잘 안 들고
밝고
아름다운 일만 생길
이쁘고 근사한
풍수 좋은 곳을 골라
선물 받고 싶다.
그런 곳으로
이사 가서 새로운 삶을 살아내고 싶다.
내가 지금 공을 들이고 있는 이 집을
나는 떠날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