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으로 만난 철수 (블라인드데이트)
맞다
나도 그 흔한 데이팅 앱을 가입을 했다.
2024년에 나는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고 혼자가 됐다. 그때 결심을 한 게
‘2025년엔 남자를 만나보자 ‘
머리도 기르고 파마도 하고
피부도 가꾸고 스타일을 바꾸고
신경 쓰면서 노력하는 1년을 보내왔다.
내가 만난 모든 지인에게
좋은 남자분이 있으면 소개를 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건만
내가 거주하는 시드니에서는
아무도 소개를 받지 못했다.
사실 내가 일찍 유학 왔던 터라 내 나이의 남자분은 거의 없기에 추천을 못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까다로운 사람이기에 못 받을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남자?
1. 한국 남자/ 아시안 남자
2. 나와 비슷한 나이였으면 좋겠고
3. 나처럼 책을 읽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4. 나만큼 경제공부에 진심인 사람
5. 키가 175 정도면 아주 좋겠다.
추석즈음에 한국에 갔을 때
맘먹고 결정사에 전화를 했었는데
두 곳 다 해외에 사는 사람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ㅠㅠ
난 비싼 회비를 내고서라도 사람을 찾아보겠노라
맘을 먹었는데, 결정사들은 나에게 돈을 쓸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뭐 그렇다면 내가 나를 스스로 시장에 내놓는 수밖에!
요즘 젊은 세대가 하는 것처럼
전화기에 데이팅 앱을 깔고
가입을 했다.
서울에 가 있는 동안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지
노력해보고 싶었으니까
난 한국사람이니까 한국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아무 노력도 안 하면 아무도 안 생긴다.
평생 혼자 영화 보고 여행 다닐 순 없잖아? “
열심히 사진을 올리고
글을 등록하고 가입승인을 받았다.
매일 올라오는 사람들의 사진과 글을 관심 있게 찾아봤다.
내게 관심이 있어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10일 정도 지났을 무렵
딱 한 명을 만나기로 했다.
내가 시드니에 산다고 말했는데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딱 한 명이! 그게 어디야?
신기하게?
내가 원하는 5가지보다 더 가진 사람이었다
• 한국남자
• 나와 비슷한 나이
• 책을 읽는 사람이고
• 노후를 위해 경제공부를 하고 있고 패시브 인컴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다.
• 직장도 다니고 있었고
• 키는 174였다.
• 심지어 못생기 자도 않은 남자를!!!
우~~ 와~~ 일단은 복권당첨!
[목요일 오전 11:30분, 어느 브런치 카페]
머리는 하얗고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입은 남자가 쇼핑백을 들고 나타났다.
보통의 얼굴이지만 자존심이 강하게 보이는 입술과 눈매를 가지고 있는 중년의 흰머리 남자가 내 앞에 앉았다.
사진과 동일한 인물이 와서
알아봤고
그분과 나는 커피를 90분 정도? 마셨다.
식상한 대화를 나누다 그분이 이런 말을 했다.
‘혹시나 대화하고 있는 여자가 AI 일수도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AI 아 아니라
실물을 만나보니 신기하다 ‘는 거였다.
어쩌면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오신 듯했다.
난, 그 말이 좀 황당했지만
그냥 웃어야지(난 실존인물 이거든?)
“아 전 데이팅 앱 AI 아니고, 실존 인물이고
제가 한 이야기는 다 저의 이야기고 사실입니다 “.
스캠이 많은 세상!
상대방의 말에 난 ‘아뿔싸 난 왜 저런 생각을 못하고 왔을까… ’ 정신을 바짝 차렸다.
누가 알까… 그가 내가 알지 못하는 범죄성향이 있거나, 폭력적인 사람일지…
사기꾼이거나 더 나쁜 또라이 일수도 있는데
데이팅 스캠을 경험한 사람도 알고 있는데 말이다.
난 너무 쉽게 생각하고 나왔나?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난 머릿속에 추리소설을 써나갔고,
여차하면 줄행랑을 칠 맘도 먹었다.
난 편안한 신발을 신었고,
대낮이었고
주위에 사람도 많았으니 안전하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상대방은 나를 반신반의하면서도
나에게 줄 작은 선물을 가져왔다.
자기가 판다는 상품을 가져와서는
선물로 주는 게 아닌가…
이건 또 뭐지? 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우습고
고마운 맘도 들었고
난 아무 생각 없이 blind date란 생각만 하고 나왔는데 … 나보다 배려가 깊은 사람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동. 방. 예. 의. 지. 국. 남. 자.
감사하게 받았다. 거절할 수 없었으니까.
상대방분은 점심시간을 내어 나를 만나러 온 듯했고
우리의 점심시간은 커피 한잔으로 끝이 났고
각자 진중하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첫인상?
나쁘지 않았다.
근데 설렘은 없었다.
우와 데이팅 앱에서 저렇게 조건이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구나 (현실적으로 아주 평범하게 보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나눈 대화로 결론을 짓자면)
데이팅 앱에서 만난 완벽한 조건의 남자가
딱 한 가지 단점만 있었다.
약속시간 정시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15분 정도 늦었으니까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