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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햇살 Oct 09. 2024

어느 가을 날 서울에서

40이 된 부산 남자의 서울 이야기

 2024년은 나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던 해이다. 20살이 된지 20년이 되었던 해이기도 하고, 같은 말로 하면 40에 들어선 해이기도 하다. 새로운 계산법으로 나이를 세지 않는 것이 조금은 나에겐 편한 일이다. 성인이 된지 20년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조금은 다른 어른이 되리라 스스로를 다그쳤던 세월이 20년이 되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직장 생활은 하지 않을 것 같았던 30대 중반의 나는,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며 다시는 회사에는 들어가지 않을거라고 다짐 했었다. 그 다짐은 5년 후에는 바뀌게 되었다. 한번 했던 다짐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다짐을 번복하게 된 것도 작년, 그리고 올해 한번 더, 두번에 걸쳐서였다. 직장 생활은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나, 시작을 하였고, 그만두는 것도 쉽진 않았으나 그만 두었다. 누가 보기에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직장을 쉽게 구하기도 쉽게 그만두기도 하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다. 

그 둘다 아니었는데 말이다.


나는 하고 싶은게 많은 사람이다. 학창시절에는 공부가 재밌었고(고교 시절 한정), 대학 시절에는 운동이 재밌어서 농구와 보디빌딩에 빠졌었다. 졸업 이후에는 다양한 직장에서 경험을 하는 것 또한 재밌었고, 영어라는 외국어에 빠져서 재미있게 살아 냈었다. 덤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사업을 해보았던 것 또한 큰 경험이었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의 생활, 그리고 다양한 업역에서의 사업 등을 거치면서 나는 점점 더 편협해지고 날카로워졌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 그리고 내가 못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뚜렷이 구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사람으로 바꾸어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알아갔다. 제목과 소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고? 글을 쓰다보니 타이밍을 놓쳐버렸는데, 이 글의 호흡은 길터이니 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듯 하다. 


나는 2024년의 가을 날, 서울 성수에서 문득 글을 써야겠다는 '에피퍼니'를 느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야구를 보다가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과 비교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나와 그가 비슷한 건, 음악을 좋아하고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것 두 가지 정도가 있겠다. 술은 안마시니, 맥주를 좋아하는 그와는 결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가을 날 오후의 성수는 굉장히 '힙'했다. 80년대 중반 생인 나에게, 그리고 부산의 광안리 정도가 굉장히 힙한 나에게 서울의 성수는 크나 큰 자극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자극도 점점 잦아지겠지? 그리고 무뎌지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던 오후였다. 


 나의 40대는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서울에서의 한글날, 그리고 성수의 '힙'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자극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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