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할 때는 모든 것이 새롭다. 매일 보는 출근길 신호등 초록불마저 다르다. 좋은 것만 보이고 예쁜 것만 보인다. 가슴 안에 나비가 살고 있는 것처럼 온종일 팔랑 된다. 행복한 생각과 사랑의 기운은 몸속 구석구석 들어차 피부색까지 말갛게 만들어 준다. 시도 때도 없이 비실비실 새어 나오는 웃음은 감출 수가 없다. 온종일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린다. 애써 의식하려 하지 않지만 모든 촉각은 핸드폰 앞에 가 있다. 웃었다 울었다 초조했다 혼자서 몇 편의 모노드라마를 찍는다. 급기야는 주변인들에게 들켜 버린다.
' 너 요즘 누구 만나지? '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들은 겉모습만 봐도 티가 난다. 세상 어떤 보석도 그보다 귀할 순 없다. 한번 만지면 닳을까 머리카락 하나 넘기는 손길마저 조심스럽다. 눈에서 꿀이 뚝뚝 흐른다. 상대방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의미 있다. 한 겨울에도 둘만의 세상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다. 꽃잎이 날아다니고 꽃향기가 그윽히 풍긴다.그들만의 봄이다.
# 사랑이 식을 때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던 사랑이 식을 때는 훨씬 더 빠르게 식어버린다. 사랑도 함께 했듯 식는 것도 같이 식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거의 모든 사랑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식어 버린 후에야 나머지 한쪽이 알아챈다. 늦게 알아챈 쪽은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한다. 상대방의 사랑의 안대가 벗겨진 것을 모른 채 더 사랑을 달라고 보챈다. 그것이 상대를 더 빨리 질리게 한다는 것을 모른 채. 사랑은 계속 엇갈린다.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시간은 이별보다 더 잔인하다.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은 상대가 떠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다.
' 그때부터 넌 이미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 니가 남긴 그 많은 힌트를 나는 몰라봤구나'
' 너는 너대로 나에게 이별의 신호를 주고 있었구나, '
# 이별할 때
이별은 언제나 어렵다. 먼저 이야길 꺼내는 자도 그 이야길 듣는 사람도 피차 마찬가지다. 이제 더는 너와 내 사이가 달콤하지 않음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기어코 일만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아이처럼 울고 보채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상대의 식어버린 온도만 재차 확인하는 것 말고는.' 어떻게 사랑이 이래요? '라는 어수룩한 말로 뒤돌아간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자는 사랑을 할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사람이다.아직 몇 번의 이별을 더 겪고 나야 사랑이 왜 한여름 밤의 꿈같은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몇 번의 사랑을 보내고 나면 ' 아 이번도 아니었구나 ' 하며 되도록 짧게 안타까워하면 될 일이다. 이별에 이유는 없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어떠한 행동이나 한 가지 말로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만약 상대가 이별의 이유를 말한다면 그것은 믿지 않는 게 좋다. 사랑하는 것에 이유가 없듯 더는 사랑하지 않는 것에도 이유가 없다.
숨이 끊어 질듯 아프고, 생각나고, 보고 싶고, 다시 숨이 끊어 질듯 아프고, 생각나고, 보고 싶고.... 반복과 반복이 지속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픔도 옅어진다. 애써 잊으려 하지 않아도 반복되는 패턴을 세어 나가다 보면 그 속에서 점점 더 무던해지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때 새로운 사랑이 온다.
사람들은 사랑의 끝이 이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지금 만나고 있는 상대가 끝사랑이 길 기대하며 기꺼이 사랑을 선택한다. 사랑하기를 선택했다면 그 끝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것쯤은 각오하며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별을 각오하고 사랑하되, 이별이 두려워 사랑하기를 멈추지 말자. 그리고 가장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 필요하다.그러니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주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