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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NA PINK May 31. 2022

힐링

마음 돌보기




# 힐링이 필요해

매일매일이 재미없는 직선의 나열처럼 느껴 질때. 파도타듯 너울진 곡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성냥갑 같은 일상 속에 내 몸을 끼워 맞춰 산다고 그동안 고생했다 하고 나를 쓰담쓰담 해야할 때.  지친 몸과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때가 바로 힐링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우리말로 하면 ' 치유 ' 가 필요한 순간 말이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시간내기가 자유로웠던 나는, 결혼전에 1년에 적어도 3번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 '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 하다가도, 내 눈에 다 못담을 쨍한 풍경들을 마주치면 ' 내가 이 맛 보려고 열심히 일했구나 ' 했다. 그러다 여행이 주는 약발이 끝나면, 또 여행을 잡고, 일을 하고, 여행을 잡고, 마치 여행때문에 회사를 다니듯 살았다.  



# 봄 한정 힐링타임 (feat.매진임박)

그런데 이제는 결혼도 했고, 애도 있고 그닥 자유롭지 않은 몸이 되다 보니, 나홀로 1박 2일 이상의 여행은 쉽지 않다.

힐링이라고 거창할 건 없다. 내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이 힐링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목욕탕을 사랑해  적어도 2주에 한번은 목욕탕에 가 온탕과 사우나를 오고 가며, 누워 있다 앉아 있다. 그렇게 멍 때리다. 시원한 음료 한잔 사먹고 오는 것을 즐긴다.


목욕탕 힐링타임은 1년 내내 할 수 있지만, 이맘때에만 특별히 즐길 수 있는 힐링타임이 있다.  바로 우리집 앞 작은 동산에 가는 것이다. 햇빛을 가려줄 모자를 쓰고 텀블러에 나를 위한 차나 커피를 담은 후, 펜과 종이, 그리고 읽을 책을 들고 간다. 나는 해가 적당히 드는 벤치에 골라 앉는다. 너무 양지거나, 너무 음지면 안된다. 적당한 햇빛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을 본다.

산책로를 등지고 앉아 책을 보다. 잠시 눈도 쉴 겸 정면을 보면 숲이 펼쳐지는데 여기가 서울인지 어느 시골인지 분간이 안간다. 그건 내가 정하기 나름이다. 그때만큼은 집앞 동산이 아니라 수목원 등지로 여행 온 기분이다. 온 사방에 초록이들로 덮여 있어 눈도 편안 해진다.  게다가 바람은 또 얼마나 완벽한지...




나무 그림자가 너무 예뻐요 :-)




# 멍 중의 멍은 사람멍

책을 보다가 조금 지루해지면, 산책로 쪽으로 몸을 돌린다. 가져온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새소리를 듣는다. 지나가는 할아버지의 노래소리나, 라디오 소리도 듣고, 할머니들의 수다 소리도 듣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힐끔 거리며  관찰하고 대화를 엿듣는다. 행복한 가족의 저녁 메뉴 고민이라던지, 엄마가 딸에게 하는 잔소리. 그런 것들이 주는 묘한 편안함과 행복감이 있다. 나도 별 거 없이 사는데, 다들 별 거 없이 사는 구나. 하며 관찰자 시점으로 사람을 보는 재미가 있다.



# 나만의 힐링 포인트를 찾아요

야트막한 동산에서 책읽기는 3월 ~ 5월초까지 즐길 수 있는 짧은 활동이다. 조금만 더 지나면 모기떼의 출현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딱 봄날이 제철이다. 책 위로  나무 잎사귀 그림자가 날린다. 바람이 휘이익 불 때마다 그 모든 잎들이 제각각 반짝반짝 하고 떨린다. 간간히 책위로 나비나 벌의 그림자도 스친다.


아... 힐링이다.

어쩐지 조금 억울 했던 것도, 어쩐지 조금 아쉬웠던 것도, 어쩐지 조금 서운했던 것도 남김없이 모두 치유 된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때, 책을 덮고,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광합성을 잔뜩해 오늘 할당량의 비타민 B 는 모두 채웠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한다. 햇빛 밑에서 책을 읽었더니 눈이 조금 아리다. 잠시나마 세상은 보라와 회색의 한 중간에 머문다.

 

힐링 포인트.

내 몸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할때에는 내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나에게 내 안부를 물어봐주는 것. 그것 만으로 충분한 것 같다.



' 한주는 잘 지냈니? '

' 속상하거나 아픈건 없었어? '

' 너 요즘 잘하고 있더라 '

(칭찬도 빼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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