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인 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알려주세요.
건강증진부서에서 하나의 팀을 이끈 지 1년.
그 1년 중 처음 6개월은 팀장이라는 직위에 억지로 겨우 적응을 하던 시기였고, 그다음 6개월은 계속되는 불편함과 괴로움으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며 1년이라는 시간을 채워가고 있던 차였다.
전보 인사는 통상적으로 2년을 주기로 하지만 보아하니 때에 따라 6개월, 1년, 1년 반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어느 때고 인사가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조직원의 삶이긴 했지만, 언제 나더라도 전보라는 변화의 특성상 긴장을 유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 ○팀장~ 다른 보건소로 발령 났네?"
같은 보건소는 아니었지만 불과 1년 4개월 전 근무했던 의약관리 담당팀이었다.
'또? 또 인허가, 지도점검팀이야?'
입직 후 4년, 복직 후 1년 6개월, 집 가까운 곳으로 와서 2년 합이 7년 6개월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뺀 실제 근무기간 중 절반이 지도점검 업무였던 셈이다.
과거에 겪었던 민원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했으나 한편으로는 사업팀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소장님~ ○팀장 보직받기 직전까지 그쪽 업무 했는데 또 그쪽 팀으로 가네요. 블랙홀도 아니고 왜 자꾸 했던 사람 또 보내는 거예요?"라며 동료 팀장님께서 물어본다.
"했던 업무 하면 이미 아는 거라 더 편하지 뭐. 그리고 그땐 담당 주무관이었고 이번엔 팀장이잖아 다르지~~"
따로 정해지진 않았을 텐데 이상하리 만치 했던 사람이 다시 또 끌려들어 가는 블랙홀과 같은 기피 업무.
어쨌든 그렇게 장거리 출퇴근이 다시 시작되었다.
2010년 12월 첫아이 육아휴직 이후 복귀해 업무를 맡았던 팀으로 2023년 7월 팀장이 되어 돌아왔다.
그쪽으로 출근하는 길에 당시 직무유기로 조사를 받았던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떠올랐다.
다니던 도로의 길가에 그녀의 아버지가 낚시 가게를 하고 있어서 오갈 때 마다 생각이 났었는데, 출근하며 보니 그 가게는 없어지고 신축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제 10여 년 전의 일, 신고자는 삼십 대 중반이 되었을 터, 잘 살고 있으려나? 형사님은 어찌 지내실까?
10여 년의 세월 동안 팀의 업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응급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활성화되었고 그 밖에도 헌혈, 장기기증 등의 사업이 추가되었다.
팀장을 제외한 팀원은 7명으로 늘었으며 선임보건소로서 다른 보건소의 같은 업무팀을 총괄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전 팀에서는 한참 어린 후배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반해 이 쪽 팀원은 나와 비슷한 연배의 차석과 친한 후배도 있었기에 팀 규모에 비해 부담을 덜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과는 또 별개로 팀장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될 수밖에 없었고, 친한 후배에게 이런 고민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름 멋진 팀장으로 보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나보다.
요동치고 있는 마음은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척, 담대한 척, 강한 척을 하며 나의 페르소나를 구축해 갔다.
여기는 타 보건소 보다 업무량이 많았는데, 총괄의 위치에 있었기에 지시사항이 수시로 떨어지며 다른 보건소의 내용까지 파악하고 취합해서 보고해야했다. 다른 생각은 할 틈 없이 보고에 필요한 자료를 찾고 문서를 작성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업무 경험이 풍부한 차석과 후배 덕분에 좋은 팀워크를 자랑하며 바쁜 일정을 견딜 수가 있었다.
그러던 2024년 2월, 의대 정원확대 정책으로 인하여 의사 집단행동이 발발되었다.
주요 골자는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었지만 이후에도 정부의 정책이 철회되지 않자 사태는 의료계 집단휴진 예고로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국가 재난 위기 대응이 '심각'단계로 이어지며 비상대책상황실이 꾸려졌고 난 총괄팀장으로서 수시로 동향을 파악하며 상황실 운영을 이끌어야 했다.
지역 내 병의원의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부서장의 비상근무대응 지시에 대한 일부 팀원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그렇다고 부서장의 지시를 거역하기는 어렵기에 그저 내가 조금씩 돕는 것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주말 오후 날아든 문자메시지.
왜 우리 팀만 희생해야 해요? 부려먹는데 지쳤어. 월요일에 상담하고 화요일부터 없을 겁니다.
주무관 시절 함께 근무하며 친하게 지냈던 팀원에게 메시지를 받고 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하나. 팀원의 불만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나는 정말 무능력한 팀장인 건가.'
진짜로 출근하지 않는 팀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홀로 고민하는 사이 소장님께 불려 간 자리에서 한소릴 들었다.
"왜 ○팀장은 혼자 일을 다 가지고 있어. 실무자도 아닌데 왜 그래?. 팀원들에게 시켜야지."
소장실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속상함의 눈물이 후드득 쏟아졌다. 가뜩이나 팀장 역할을 제대로 못해내는 것 같아서 괴로운데 이런 상황까지 겹치니, 참다 참다 터져나온 눈물은 쉽게 멈추질 않았다.
'위 아래로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나더러 뭘 어쩌라구..'
견고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간신히 붙들고 버티던 나의 페르소나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