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2)

마음 아픈 일

by 달림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후배이자 팀원과의 갈등은 다행히 잘 해결 지었다.


고구마 같은 나와는 달리 평소 시원스러운 성격으로 할 말을 하는 사이다 같은 그녀였기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동경했던 친구인데, 막상 내가 그녀의 사이다 같은 문자를 받으니 고구마 같던 내가 땅으로 꺼지는 듯했다.


후에 그 문자는 나에게 했던 말이 아니었으며, 부서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투정 같은 것이었다고 하여 오해는 풀렸으나, 이미 며칠간 마음 고생하며 날이 선 말의 날카로움을 느낀 나는 예전만큼의 오픈 마인드로 그녀를 대하기가 어려워졌음을 직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시 예전의 팀워크를 되찾은 듯했으나 팀에서 언제 또 화산처럼 폭발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10여 년 전 같은 팀에서 근무할 때보다 업무 비중이 커진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응급의료'분야였다.


도청에도 별도의 과가 신설되고 일부 지자체에서 별도의 팀이 신설될 정도로 중요하고 말 그대로 긴박할 수밖에 없는 업무인 것이다. 이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자연재해, 사회재난과 함께 몇 년 전부터 급 부상하고 있는 문제였다.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대응에도 가장 걱정하고 우려되던 부분이 응급의료였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의료가 이미 지방 쪽에서는 무너지고 있었고, 이쪽 병의원 현황만 보더라도 여타 진료과목 보다 돈이 되는 성형, 피부 등 미용분야 의료기관이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의사 수만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수가 개선이 먼저라는 의료인들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어쨌든 우리 팀 내 업무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응급의료, 그중에서도 재난 쪽은 365일 24시간 대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시에 재난대응 부서는 별도로 존재한다. 그들은 전체 상황에 대한 총괄을 하고 보건소는 그 재난 상황 중에서도 '인명피해 즉 환자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사고 시 인명피해는 '소방의 역할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소방에 구급파트가 있고 사건이 발생하면 그들이 제일 먼저 출동하니까..


대체 보건소가 재난 시 인명피해와 관련해서 무슨 일을 하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면 이해가 갈 것이다. 당시 현장응급의료소 지휘를 했어야 하는 책임자가 보건소장이었으나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아 기소가 되었었다. 그 사건 이후 지자체 보건소에서 '재난응급의료'는 즉각 대응이라는 업무적 부담과 함께 주기적으로 도상훈련을 반복하고 있으며 주요 업무로 급부상했다.


업무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화재'를 예로 들면 당연히 119에 제일 먼저 연락이 닿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다수의 인명피해'가 확인이 되는 상황이라면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각 지자체 보건소의 재난응급의료담당에게 연락이 간다. 너희도 즉시 출동하라고...


대부분의 재난은 예고 없이 터진다. 평일이고 휴일이고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사고가 발생하면 출동이다.


그래서 시에서는 단톡방을 통해 재난상황을 전달하고 있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단톡방의 기능은 코로나 업무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었으며 엔데믹 이후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알고 싶지 않아도 알아야 하고 또 알 수밖에 없는 이 단톡방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고 스트레스다.


단톡방은 언제고 긴급사항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긴급하기에 그 메시지를 빨리 확인하지 못해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이 전제되어 있어 업무의 연속선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님 맞으시죠? 그쪽 관할 지역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건물 내에 열몇 명 정도 갇혀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즉시 출동 바랍니다."


단톡방을 확인했더니 화재 발생했다는 메시지까지만 확인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침착하게 물품들을 챙겨 소장님을 모시고 대응팀원들과 함께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소방에서 임시응급의료소를 설치했으나 환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이송했거나 자력대피하여 병원으로 갔다는 현황을 인수인계를 받고 보건소 현장응급의료소로 전환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처치해야 할 환자들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갇혀있는 사람들이 걱정이었다.


매캐한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는 현장에서 점심도 먹지 못한 채로 늦은 오후가 될 때까지 소방서의 화재진압이 계속되었고 요구조자가 발생하길 기다렸지만 끝내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며 구조자가 아닌 희생자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소방과 경찰 쪽에서 인계받은 이들을 이제 장례식장으로 보내드려야 하는 일이 남아있었다.


정신없이 조치하고 나니 밤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제야 해산명령이 떨어지고, 그 와중에 또 사무실에 들러 환자 발생현황 및 출동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뉴스를 통해 보게 된 해당 사건의 CCTV 화면 속에서는 까맣게 피어오르는 연기, 허둥지둥 대피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화면은 단 몇 초 만에 블랙아웃이 되었다.


며칠 동안 뉴스에서 반복되는 CCTV 장면은, 현장에서 장례식장으로 보내드린 분들 중엔 저 사람들도 있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마음을 아리게 했고 불쑥불쑥 떠오르며 눈물짓게 했다.


사고 발생 후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하루 두 번 환자 상황보고에 따른 보고자료 작성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PC를 켠 순간, 마음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며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너 괜찮아?"


옆 팀장님의 걱정 어린 한 마디가 방아쇠가 되었다. 순간 내가 있는 곳이 사무실인 것도 잊은 채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폭발하며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고 그렇게 한번 터진 눈물샘은 고장이라도 난 듯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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