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 팀장에게 입혀진 무거운 옷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코로나 재택치료 TF팀에서 3개월 근무 후 원래 가야 했던 곳으로 복귀했다.
우리 시 보건소는 크게 보건행정 부서와 건강증진사업부서로 나뉘어 있는데 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부서의 팀장이었다.
인허가와 지도점검 그리고 회계업무 등의 보건행정에 익숙한 나는 처음부터 사업부서의 팀장으로 가게 된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입직 후 4~5년 차 즈음 건강증진 업무를 했던 경험은 있었다. 당시 기억에 건강증진 프로그램 운영은 지역 주민들을 사업에 참여시켜 그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기까지 담당자의 역량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건강증진사업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고 그 내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그 흐름은 이렇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주민들의 참여는 필수일 터, 이 과정에서 홍보를 하고 독려를 하며 사람을 끌어 모아야 한다. 그렇게 참여자를 모아 그들에게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해 주어야 하며 그들이 중도 이탈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추진에 불을 지피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지역주민과 친화를 이루며 만족도와 효과는 증대된다.
반면, 소극적인 성향의 담당자는 홍보를 하는 것도, 사람들을 모아 이끄는 것도 매번 내적 갈등의 연속이다.
나의 경우 후자였기에 이미 처음부터 의욕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팀장 보직도 아직 적응이 안 되는데 사업부서 팀장이라니...'
본격적인 팀장생활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며 그 호칭에도 점차 익숙해졌다. 일 욕심이 많으신 부서장 덕분에 벤치마킹과 조례 개정을 거쳐 신규 사업을 하나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고 예산 확보를 위해 수시로 여기저기 보고를 다니며 팀장의 역할을 알아갔다.
주무관일 때는 담당업무과 조직의 표면만 보였다면, 팀장이 되고 나니 팀원들과 조직 내부까지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다.
하지만 조직사회를 알면 알수록, 팀장생활을 하면 할수록 가슴속에 쓸쓸한 바람이 일었다.
'불편하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해. 왜지? 계속 이럴 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내 일만 하면 되었던 주무관 때와는 달리 팀원을 이끌며 지시를 하고 앞에 나서서 보고를 해야 하는 역할이 너무 무거웠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또 할 수는 있는 일이었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불안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팀장 보직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냥 해야지 뭐. 별 다른 방법이 없잖아!?"
그렇다. 내 맘이 불편하다고 뭘 어쩌겠는가. 팀장을 안 할 수도, 이제 와서 때려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괜찮아지겠지. 싫어도 조금씩 해보자. 내가 또 하면 잘하잖아.'라며 매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출근했다.
2022년 하반기, 내년도 본예산을 작업하던 때였다.
"이제 코로나도 거의 엔데믹 분위기고 보건사업 활성화 시켜야지. 의원님들 모시고 사업 평가회를 하거나 어르신들 모시고 나들이 행사 같은 거 있잖아. 외부에 행사로 보일 만한 사업 한번 추진해 봐. 사업은 크게 벌이면서 해야 할 필요도 있어."
"평가회는 사업을 총괄하는 선임에서 해야 할 것 같고, 나들이는 대상이 어르신들이라 봉사자도 붙여야 하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이동하는 것도 좀 부담이 있는데 굳이 해야 할까요?"
일을 해도 조용히 표 나지 않게 하는 극히 소극적인 스타일의 소유자가 나였다. 더욱이 사람들앞에 나서기를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나에게 내빈을 초청하거나 사람들을 모아 이목을 잡아끌만한 행사를 추진하라는 지시는 억지로 다독이고 있던 내 마음마저 놓게 만들었다.
싫다. 너무 싫다. 이건 누굴 위한 일인가? 이렇게 하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봉사정신도 희생정신도 없는 조직원이었지만 일을 하는 데 있어 납득할만한 의미는 있어야 했다.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지만 달리 생각해도 방도가 없었다. 어떻게든 허들을 넘으려고 애썼으나 또 다른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었다.
일개 조직원에게 방도가 없다는 것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의욕도 없고 열정도 없이 시키는 것도 억지로 하는 껍데기뿐인 팀장이 되었다.
팀원 그리고 동료들, 그 어디에서도 속내를 풀어낼 곳이 없었고, 매월 20일이면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동력 삼아 버티기 기술을 쓰며 영혼 없이 집과 조직을 오갔다.
그렇게 6개월이 흐르고 예상치 못한 전보 발령장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