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그리움이다

by 러너인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피트니스플레이, 그분들이 열어주신 일요일 아침 트랙 번개러닝. 수업에 나가지 않은지 한참 지나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채팅방에 가만히 멈춰 서서 참가자 댓글을 바라본다.

피트니스플레이 고피디님. 솔잎님, 국형님, 동명이인 승우님, 영선님, 혜준님...


보고 싶다... 이럴 때 못 뵈면 결국 대회 때나 볼 수 있겠지. 새벽에 눈 뜨자마자 가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참여 댓글을 달았다.

약속시간 아침 7시 30분. 1시간 더 일찍 도착해서 기다렸다.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뵈니 더 반갑고 기뻤다. 웃음이 났다. 때마침 쏟아진 눈을 맞으며 행복하게 달렸다.

좋은 분들과 달리고 싶을 때 하프 정도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체력, 그리운 분들이 나를 부를 때, "저 여기 있어요! 저 지금 가요!"라고 선뜻 답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러너의 친구비는 건강한 몸과 마음, 커피값 정도가 아닐까. 언제나 친구비를 기쁘게 낼 수 있도록, 달리지 않는 시간과 내게 주어진 삶을 더 소중하게 살아야겠다.

자주 가는 유튜브 채널 '소리 내어 읽다'에 들려 기억에 관한 책 낭독을 들었다. 신경과학자인 리사 제노바가 쓴 '기억의 뇌 과학'이라는 책. 기억의 작동 방식을 알면 더 잘 기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눈을 감고 소다(소.리내어 읽.다)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를 떠올린다. 달리기를 시작한 4년 전 그의 낭독 채널에 푹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가 무슨 낭독을 들려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책의 글귀로 나의 새벽을 매일 적셨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분명하게 기억한다.

그의 목소리가 그 자체로 내게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영상 밑에 댓글을 남겼다.

"(소)중하고 (다)정한 목소리. 소다님❤️ 기억을 되새기며 감사히 듣습니다. 소중한 분, 힘들 때 저를 위로해 주던 차분한 음성. 잠시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가 생각날 때마다 와서 듣곤 합니다. 돌아온 탕아처럼.

소다님 목소리가 제겐 기억 그 자체예요.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그 추운 겨울날 홀로 새벽을 달리며 소다님께서 알려주신 긍정 확언을 큰소리로 따라 하며 눈물 글썽이던 그 시간들.

우린 어쩌면 목소리에 담긴 언어보단, 목소리 그 음성 자체로 마음을 나누는지 몰라요. 저의 새 인생 출발을 알린 목소리, 새벽, 달리기, 기억, 낭독.

소다님을 기억하는데 이젠 어떤 노력도 필요하지 않네요. 플레이 버튼을 누르듯 그냥 목소리가 들리면 바로 떠오르니까요."

잠시 후 소다님의 답글이 달렸다.

"너무 감동이네요ㅠㅠ 이 메시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다시 꺼내어 보겠습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2025년 새해에는 미니락님이 원하는 소망과 목표, 모두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한 해 보내세요!
항상 잊지 않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피트니스플레이. 런핏. 하이클래스. 당신들을 기억한다. 소다님 목소리 하나로 그를 떠올리듯, 자주 많이 만나서 시간을 보내지 못해도, 그 장면 하나로 당신들을

기억한다.

눈이 펑펑 내리는 트랙 위에서 당신과 서로 선두를 바꿔가며 달린 그 순간, 퍼붓는 눈에 눈이 감기며 차가움을 느끼던 순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뜨겁게 달리던 우리.

살면서 눈 내리는 날이면 오늘 이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
달리기, 사람들, 그리움.

어쩌면, 달리기는 그리움이다.
어쩌면, 달리기는 그리움이다.
어쩌면, 달리기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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