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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연필 Oct 01. 2024

2부, 詩가 된 율의 가시 1

 *

 이른 아침, 율이 언니에게서 볕이 좋으니 한강서 보자는 문자가 왔다. 실제로도 볕이 좋은 한강이 좋았다. 누구 와든 단둘은 어색하다. 엄마도 아빠도. 때로는 나도 내가 어색할 때가 있다. 그러니 나로서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 아무튼 어색할수록 사방이 막힌 실내보다 넉넉한 조연들로 가득한 야외가 좋다. 불안한 내 시선이 상대에게 감지될 것만 같은 착시가 주는 아늑함이랄까. 

지하철은 한 걸음에, 여의나루 역에 도착했다. 토요일 오후 한강 나들이를 계획한, 비슷한 마음들이 떼 지어 내렸다. 가장 가까운 벽에 달라붙었다. 그 와중에 신기한 건,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이들의 미소가 한결같이 닮았다는 거다. 벽에 딱 붙은 체 인파가 빠져나갈 때까지 플랫폼을 벗어나는 전철을 바라봤다. 사라진 속도를 뒤로 한 채 선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했다. 여전히 끄트머리에 걸린 인파가 계단을 빠져나가고 있다. 가급적이면 우르르의 틈엔 끼어들지 않는다. 저 틈에 끼어 우르르 휩쓸려 올라가다가는 어쩐 지 오래 깊이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미아가 될 것 같은 불안감 대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홀로 계단 오르기를 택하는 게 맞다. 아직 약속 시간이 넉넉히 남았다. 다음 기차가 오기 전에 서둘러 올라야 한다. 지체하다가는 두 대, 세 대 보낼 동안 꼼짝없이 벽에 붙어있기 십상이다. 부지런히 계단을 올랐다. 

5호선은 유독 지하 깊이 뚫렸다. 그래서 올라야 할 계단이 많다. 깊은 땅속을 헤집고 지상으로 오르면 바깥의 풍경으로 전환되는 순간, 미묘한 시차가 스친다. 그럴 때면 출구 앞 상가 처마에 숨어, 눈을 몇 차례 깜빡이며 시차를 좁혀줘야 한다. 한참을 거슬러 오르니 저 멀리 출구가 보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출구에 올라 서너 번 눈을 깜빡였다. 그때였다. 저만치 노란 양산 속에 율이 언니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멜빵 달린 청치마에 반스 운동화를 신은 작고 아담 소녀가 윤슬처럼 반짝거렸다. 하필 그 순간 월요일 1교시 수학이 떠오를 건 뭐람. 주기적으로 떠오르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수시로 어두워지는 낯빛을 들키지 않는 게 예의인데. 밀려드는 걱정을 외면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 가볍지도 마냥 무겁지도 않은 율이 언니와의 시테라피가 시작되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 버스가 단숨에 달려왔어. 도로에 차가 없는 거지. 우리 저쪽으로 갈까?

율언니는 그녀의 노란 그늘을 내게 드리웠다. 성큼 팔짱이라도 끼면 어쩌나, 순간 걱정이 앞섰다. 팔짱은 질색이다. 누군가의 팔이 들어오는 순간 자리에서 녹아버릴지도 모른다. 알 리 없는 율 언니는 이상한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처럼 대했다. 그렇게 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보폭에 스며들었다.

 ― ‘분홍색 흐느낌’ 다 읽었어? 

 ― 네, 세 번이나 읽었어요.

 ― 어디가 좋았어? 

 ― 48색 상처로 그려진 시집 같았어요. ‘아무것도 걸친 것 없이 버려진 맨몸’이라 표현한 식육점 고깃덩어리 상처도. 가난과 철거로 난 집의 상처도. 깨져 더는 만질 수 없는 할머니의 부재도. 시인의 눈에 포착된 상처는 여지없이 시가 되는 것 같았어요. 상처를 수집이라도 하듯.

 ― 48색 상처? 상처 수집? 뭐야, 정말 구구절절, 어쩜. 

그저 머쓱해 웃었다. 

 ― 움! 너 뭐야 정말! 대체 너의 상처는 몇 편이나 되는 거야!

 ― 저요? 글쎄……. 언니는요? 언니도 그래요?

 ― 간만에 서랍 좀 열어봐? 하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한강과 가장 가까운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 움이랑 같은 고1이었고. 오래 살던 반지하 집에서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 비로서 우리 집에도 봄이 온 거지.      


*     

 벽돌로 쌓은 작은 텃밭은 씨를 머금을 태세를 갖춘 듯 햇살을 고루 머금는 중이다. 지난주, 어떤 이들에겐 흔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특별한 우리만의 집에 입성했다. 엄마는 비가 와도 편히 잘 수 있는 남향을 한껏 품은 집을 가만두지 않았다. 거실 바닥은 빛의 거울이라며 닦고 또 닦았다. 햇살이 말갛게 비치는 일에 가장 공을 들였다. 길든 햇살은 우리 집 거실을 베고 오래 잠들 다 가곤 했다. 

 ― 엄마 햇살 닳아. 그렇게 좋아?

 ― 이젠 비 와도 걱정 없어. 예전엔 빗소리 커지면 심장 박동도 따라 뛰었는데. ‘고만큼만 오너라. 넘치게 오면 반지하 우리 집 홀딱 젖는다.’ 비를 달래고 달래느라 바빴지. 옛날 얘기할 날 온다고 하더니. 세상에 우리한테도 그럴 날 오셨다 이거지.      

 시인이 꿈이었던 엄마는 폴폴 날아다니는 꽃 같았다. 내가 어려서는 동화도 쓰곤 했는데 반지하 탈출 프로젝트를 다짐한 후로 밤낮없이 일하느라 바빴다. 그런 엄마가 다시 공책을 꺼내 들었다. 아빠가 만든 책상을 마당에 펼쳐놓고 가지런히 깎아 둔 연필 뭉치도 마련해 두었다.      

 ― 안녕하세요? 저 앞집으로 이사 왔습니다. 저희는 세 식구예요. 오는 길에 홍시 한 바구니 샀어요. 이 감 좀 드셔요. 이 감 산거 맞습니다. 하하하하. 또 뵈어요. 율아, 율아. 율이 엄마. 율이 엄마

― 율아, 아빠 술 마셨나 봐. 어서 잡아 와. 골목에서 저렇게 소리 지르면 어째. 내가 못 살아. 

 낯을 조금 가리는 아빠는 술기운이 돌면 발그레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주사가 있다. 엄마도 엄마지만 남향집이 아빠도 퍽 좋았나 보다.         

 ― 왜 이리 기분이 좋으실까? 행복해도 행복하단 티 못 내는 사람이? 내일 출근은 다 했네? 

 엄마의 다정한 잔소리는 흥을 돋웠고 덩실덩실 마당을 가로질러 거실까지 아빠의 춤사위는 계속되었다.      


*       

 볕살 명당자리 빨랫줄 아래로 지퍼 달린 비닐이 쪼로록 거꾸로 매달려 마르는 중이다. 딸이 들어오는 줄도 모른 체, 마당 가 책상에 앉은 엄마의 펜이 파닥파닥 종이 위를 날고 있다.

 ― 지아씨, 뭐 하셔?

 ― 아유, 깜짝이야. 언제 왔어?  

 ― 언제 오기는 지금 오셨지. 또 비닐 빨았어? 외할머니 생각했구나?

 ― 맞아, 그땐 그러지 말라고. 청승이라고 뭐라 했는데. 엄마가 이러고 있다. 

 ― 비닐 설거지? 이걸로 시 쓴 거야?

 ― 얘, 이리 줘. 아직 미완성이야.

 ― 내가 지아씨 첫 독자일 텐데. 내가 먼저 봐야지. 안 그래? 흠흠 낭송해 드리리. 이게 또 낭송을 해야 제대로 된 맛을 알거든. ‘비닐설거지 / 지퍼 달린 비닐에 담아 / 손톱으로 꾹꾹 눌러 닫으면 / 곰탕도 설렁탕도 꼼짝 못 하지 / 곰탕 다녀간 그 비닐봉지를 / 엄마는 찬찬히 빨아 / 뽀드득뽀드득 빨아 / 물구나무 세우면 / 물방울이 쪼르륵 쪼르륵 / 엄마가 더해 준 비닐의 하루 / 엄마는 그렇게 모든 걸 키워’ …….

 ― 왜? 왜 그렇게 별로야?

 ― 아니, 지아씨 너무너무너무 좋아. 엄마, 엄마가 그리움을 붙든 것 같아. 여기 공책에다 말이야. 시 속에 쪼그려 앉은 외할머니가 보여. 거 참 신기하네. 

엄마 눈 속에 두 개 별이 일렁였다. 

 ― 엄마 울어?

 ― 이렇게 남향집에서 시 쓰는 모습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사랑만 잔뜩 받아놓고 후회만 늘어놓는 꼴이 후회되고 그래. 참, 율아 실내화는 어땠어. 뒤축 바느질 안 뜯어졌어? 꿰맨다고 꿰맨 건데. 

 ― 꼼꼼한 지아씨 바느질 솜씨에 어디 실내화가 겁나 뜯어지겠어? 종일 입 꾹 다물고 있었어. 걱정 마. 근데 효석이가 놀렸어. 못생긴 게. 날 보고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고 얼굴도 못생기고 못하는 게 많아 실내화 뒤축에 온통 엑스라나 뭐라나. 내가 기가 차서.  

 ― 어머 그러고 보니 지그 재그 바느질이 엑스자로도 보이겠다, 정말. 효석이도 참. 하하. 엄마 눈엔 다이아몬드로 보였는데. 똑같은 바느질 모양도 달리 보일 수 있다니. 다 잘하는 우리 율이 한테 심어놓은 보석인데 말이지. 

― 마음이 말이고 마음이 글이람서. 그러니 엄마 눈엔 다이아몬드, 효석이 눈엔 엑스인 게 맞지.    

― 효석이는 좀 어때? 엄마 소식 아직 없다든? 

― 안 올 것 같아. 할머니가 효석이만 보면 ‘니 애미 닮아서. 니 애미 닮아서’ 하나 봐. 그게 효석이 탓도 아닌데. 

― 니가 잘 받아줘. 툴툴거려도 1학년 동창이니 벌써 몇 년이야. 십년지기네. 친구라 편해 그런 거니까.

― 암요, 암요. 이 누나가 받아줘야지. 별수 있나.     

벨이 울렸다. 이 집에 남아있는 것 중 하나가 벨소리다. 하도 울어 목이 쉰 건지 맑지 않았다. 가터로 빠진 볼링공처럼 울다 말고 휜 것만 같은 차량 맞은 소리였다.    

― 벨도 바꿔야는데.     

엄마는 마당을 가로질러 닫힌 대문을 열고 택배 상자 하나를 받아왔다. 고맙다는 다정한 인사도 놓치지 않았다. 매번 우리 집에 오는 기사님은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게 지안씨의 지론이다. 엄마 말대로 한 번 배정된 기사님은 구역을 쉽게 갈아타지 않는다나 뭐라나. 내 입장에서는 사적인 말을 섞을 상황이 안 되는 관계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엄마의 오지랖이 전국의 기사님들과 만나면 가관도 아니었을 테니 상상도 하기 싫다. 제발 좀 그러지 말라 하면, 엄마는 기사님들 이야기 털어보면 쌓인 이야기로 성을 쌓고도 남을 거라고. 입을 삐죽거린다. 택배 기사님과의 거리는 ‘할말하않’ 쯤이 맞는 거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사이’ 여야만 한단 말이다. 그 룰을 깨고 지안씨는 번번이 택배가 당도하는 자리에 얼린 물, 에너지 음료, 견과류 간식 등을 놓아두곤 한다. 곧 저 대문 앞에도 정체불명의 바구니와 글귀가 등장할 테지. 

 ― 뭐야?

 ― 면 생리대 재료 산 거.

 ― 벌써 다 썼어? 나 아직 남아있는데. 

 ― 아니 다미 주려고. 그래도 되겠지?


 다미와 효식 그리고 나는 삼총사로 불린다. 잼민 시절 여러 말 안 해도 마음이 통했던 셋이다. 다미도 효식이도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 사랑이 어떤 모양인지 대강은 알지만, 할머니가 엄마도 할머니도 되어 줄 수 있다는 건 내게 조금 낯선 풍경이다. 셋 중 유일한 완전 꼴이라 아주 가끔 두 녀석에게 뜻하지 않은 미안함이 들곤 한다. 물론 두 녀석 누구도 내게 그런 마음을 내비친 적 없다. 그저 나도 모르게 스스로 만들어지는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다. 

 노을이 막 피던 어느 날이었다. 오후 내 함께 있다 막 헤어진 두 녀석이 불현듯 그리웠다. 두 녀석이 생각보다 내 마음에 깊게 스몄다는 걸 훅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내게 그렇게 소중한 친구들이라서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알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까닭을 알 것도 같았다. 

 그런 다미에게 최근에 사건 아닌 사건이 벌어졌다. 시장 초입 큰 마트 사장이 학교로 찾아온 거다. 악덕 구두쇠 사장은 동네서 인심 고약하기로 유명하다. 포악한 인심으로 삼 대째 동네서 제일가는 부자의 명성을 지켜내고 있으니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코뿔소처럼 킁킁거리며 사장이 내민 아이패드 속 영상에는 다미가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마트 CCTV에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끝내 생리대를 가방에 넣어 들고나온 다미의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찍힌 것이다. 차라리 교무실이라도 들어가서 따지지. 모두 하교하는 시간에 정문 앞에서 고래고래 영상을 광고처럼 틀 건 또 뭐람. 얘기를 듣고 뒤늦게 달려 나온 선생님들이 원망스러웠다. 

표독스러운 게 돈독이 오를 대로 오른 사장은 적잖이 흥분했다. 이때다 싶은 사장은 녹화된 CCTV 영상을 아이패드로 옮겨 오가는 이들에게 ‘누군지 아느냐’ 디밀고도 남았을 거다. 독하기로 유명한 사람임에도 언제나 승승장구의 주역이니 이럴 때 보면 세상은 어찌 살라는 건지 그 답을 오래오래 숨겨놓는 것만 같다. 영상 속 주인공이 다미라는 걸 알아차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빠르면 수 분 내로 밝혀졌을 거다. 어쩌면 사장은 다미인 줄 뻔히 알면서도 영상을 무한 재생 반복해 틀며, 하루치 이슈로 삼았겠지. 뒤늦게 상황을 본 효식이 흥분했지만, 효식의 흥분은 상황을 악화시킬 게 뻔했다. 효식의 팔목을 꽉 붙들었다. 녀석의 마음은 고맙지만 다미를 위해 지금은 참아야 옳다. 허세 담긴 사장이 욕지거리를 퍼붓는 동안 다미는 박자에 맞춰 죄송하다는 반성을 건넸다. 해도 너무하다 싶었는지 다미의 담임을 비롯해 주변 선생님들이 지갑을 열자 배포 큰 어른인 척 사장은 뒤로 물러났다. 선처라는 말을 네댓 번 남기고서야 부끄러운 그림자를 이고 온전히 퇴장했다. 병신, 병신 같은 어른도 어느새, 어쩌다, 그만 어른이 되는구나. 자격증이 있었다면 영영 어른이 못 되었을 족속. 불안하게도 다미의 표정이 생각보다 편안했다. 

목적지 없는 길을 나란히 걸었다. 다미가 입을 열었다.

 ― 다행히 이번 달 생리는 무사히 끝났어.    

 ― 너는! 진짜….

 슬프고 후련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어깨를 툭 치며 천변을 따라 걸었다. 

다미의 생리대는 사건은 활짝 뚫린 골목을 타고 쉼 없이 마을을 드나들었다. 말로는 걱정을 쏘고, 입으로는 미소를 뿜는 어른들의 수다는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골몰해도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빌런은 귀엽기라도 하지. 이슈 중독에 걸려버린 바이러스를 보고 있자니 저 질환은 행복하지 않음에서 오는 것만 같았다. 다미는 그렇게 유명 인사가 되었다. 밤이고 낮이고 효식과 나는 다미 마음에 바짝 붙기를 자청했다.     

 

 ― 들었구나, 엄마.

 ― 귀가 있었어. 귀가 거기 있는 줄 몰랐지. 듣고 싶지 않은 말 앞에선 절로 닫히면 좋겠는데 말야. 그날 슈퍼에 들어가는 다미를 봤어. 불렀는데 넋이 나갔는지 못 듣더라고. 꽁치나 몇 마리 사다 저녁 해야지 했던 차라 후에 인사해야지 하고 생선가게로 내달렸지. 멀찍이 다미 할머니가 가자미 한 마리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시는 거야. 생선가게 아주머니 한 소리 하겠다 싶어 얼른 전화해서 두 마리 이천 원에 드리라고. 곧 가서 나머지 계산하겠다 했지. 하필 왜 그날이 그날인지. 정말이지 날개 달린 생선도 날개 달린 생리대도 멀다, 멀어. 다음 주에 다미 데려와. 너도 그렇고 성인지감수성 뭐 그런 얘기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면생리대 만들기 하면 좋잖아. 엄마가 적당한 책도 사놓을게. 

 ― 효식이는?

 ― 효식이가 더 들어야 해. 성인지감수성은 여자도 여자지만. 남자의 가치관이 중요한 거거든. 그리고 언제가 생길지 모를 여자 친구를 위해 미리 공부해 두면 그야말로 베스트 남친 감이지. 면 생리대 선물해 주는 남친이라니. 이상하면서 엄청 매력적이지 않아? 하하하

역시 지안씨다. 지금, 이 순간 엄마는 녀석들의 엄마로도 손색없었다.

― 엄마 근데 무슨 냄새 안 나? 

― 냄새? 어머, 어쩌니 어째.     

 고구마는 숯이 되었고 냄비 바닥은 닦아 쓸 수 없을 정도로 까만 물이 깊게 뱄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일에 비하면 그깟 게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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