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이상, 그리고 삶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수식이냐고요? 일 더하기 일이 이인 것은 알겠는데 이 빼기 일을 영이라고 해 놓은 것은 또 무슨 말장난을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고요? 워워~ 진정하고 일단 제 말 좀 들어보시죠. '오늘도 일상을 살아내는 중입니다'라는 책을 읽다가 보석 같은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다음의 문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대화조차 이상적이라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가장 일상적인 것이 결국 가장 이상적인 순간들입니다.
오늘도 일상을 살아내는 중입니다. -이숲 작가-
그녀의 말에 맞아 맞아 하며 크게 공감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과 일상이 모여 이상적인 순간이 된다는 말, 1+1=2! 정말 맞지 않습니까? 틀렸다고 반박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일상 따위는 아무리 모여봐야 여전히 일상일 뿐이지, 절대로 이상적인 순간은 될 수 없다고요.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1+1=1이 되겠지요. 아니, 1+1=0이 될 수도 있겠고요.
아마도 그들은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특별함을 경험했던 그때를 이상적인 순간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뉴욕 5번가나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던 순간쯤은 되어야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보통은 몇 년에 한 번, 많아야 일 년에 한두 번 떠나게 되는 해외여행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충만히 채우기는 어렵습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매일 들르는 카페에서 누리는 잠시간의 여유가 훨씬 더 유용할 것입니다.
어휴~ 이 지긋지긋하다, 얼른 여행이나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면 일상은 점점 더 괴로워질 것입니다. 막상 여행을 떠나서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껏 즐기기 어려울 것이고요. 이상만을 꿈꾸며 일상을 가볍게 여기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2-1=0, 제 말이 맞쥬?
며칠 전 도서관에서 3권의 책을 빌렸습니다. 1권은 유명 작가의 것이고 나머지 2권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의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후자가 더 좋았습니다. 이 역시 일상과 일상이 모여 이상적인 순간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특별한 것 하나 없이 담담하게 보내는 하루, 사실은 그 일상 속에 행복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 오해하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때때로 일상을 벗어나 즐기는 여행 속 특별한 시간들을 좋아한답니다. 그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일상과 이상이 모여 비로소 즐거운 삶이 된다는 사실, 1+2=3을 꼭 기억하고 오늘의 일상을 담담히, 그러나 즐겁게 살아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