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돼서 아직 무슨 일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서울대학교 김정민 교수님을 모시고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김정민입니다."
"교수님, 며칠 전에 MBC에서 감염병 희생자 시신과 관련해서 잠입 취재를 하고 보도해서 전 세계가 놀란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 영상만 보고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거든요."
"혹시 교수님의 개인적인 의견을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사실 저는 그분들, 돌아가신 분들이, 일단은 돌아가셨고, 나중에 장례를 치를 때까지 시신 훼손이 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단순히 노동력만 필요하다면 로봇을 쓰지 않겠습니까? 그분들이 좀비가 돼서 있는데 그 시신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킨다는 것은 그냥 남들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살아있을 때처럼 사회에 기여를 하시게 하고, 그럼으로써 그분들의 희생이 어떤 일정한 결과물을 내게 되면 후손들에게도 좋겠다, 꼭 이런 논리는 아니지만 이런 방향성으로 찬성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MBC에서 큰 일을 해 주셨는데, 이 시신들을 노동력으로 바꾸기 위해 처리하는 것을 실제로 과정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았죠? 사실은 모든 것이 투명해야 하는데 식품도 그렇게 까다롭게 하는데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라고 신경을 안 썼다는 거거든요, 아무도?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아니 전 세계적으로 제약회사를 그냥 보고만 있으면 안 되겠다,라는 경종을 울렸다고, 그런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발표로 주가가 많은 곳은 13배까지 올랐다가 MBC에서 내부를 폭로하면서 한 시간 만에 원래 주가에서도 1/4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지요. 제가 여기에 뭔가 있다고 처음부터 짐작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윤리 문제에 대해 치밀하게 따져 보았어야 했는데 생각에 소홀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은 노동력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불만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시위도 그때까지는 없었고요, 일인시위라던가 하는 개인 차원의 반대는 있었지만 통상적으로 새로운 정책이 시작될 때마다 있던 그런 정도였다고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번 MBC의 폭로 중 어느 부분이 가장 충격이 컸다고 보십니까?"
"일단 그 좀비 분들, 그 시신이 우리 국민으로 살다가 돌아가신 분 아닙니까? 그런데 미국 회사에서 그것을 노동력이라고 다른 나라로 수출하다시피 한다는 문건이 발견이 됐죠? 저는 이것만으로도 큰 문제가 터질 거라고 보았습니다. 장례는 모국에서 치러야지요. 그 노동력을 제공하고 돌아가시는데 무연고 시신 값으로 데려가서 비싼 노동 값으로 팔아먹고 버린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게 인신매매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못쓰게 되면 장례 치르라고 다시 보내 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 문건에 반드시 우리나라로 보내 주겠다고 쓰여 있었어도 믿을까 말까인데 그런 내용이 아예 발견되지도 않았죠."
"에, 교수님. 그런데 실제로 논란이 커진 건 그게 아니었지요?"
"그게 제가 보기엔 너무 큰 폭탄이 터져서 다 반대해서 그렇지 그 문건만으로도 이 사업은 접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크게 화제가 되고 전 세계적으로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후처리 과정이 공개돼서인데 이 후처리 공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시신을 그냥 시신이라고만, 무슨 병원 교보재 같은 것으로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제약 회사가 밝힌 시신 후처리 3단계가 그럴듯해 보였는데 MBC에서 들어가서 보니 그게 설명뿐이었단 말이지요. 그리고 좀비가 말을 하는 장면이 충격을 주기도 했지요."
"이게 맞을지 틀릴지 모르지만 저도 그렇고 저희 교수들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 있는 다른 교수들도 그렇고 2단계, 3단계에서 방부 처리를 하고 나노 로봇으로 뇌에 자극을 해서 박테리아가 사람들 근처로 좀비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가로채는 그 부분은 그들의 설명 맞다고 봅니다. 방부처리를 해서 시체가 부패를 멈추게 해야 가스로 인해 폭발하는 것이나 몸이 썩어서 기능을 상실하는 걸 막을 수 있지요. 나노로봇으로 세포들을 보존하고 움직이게 자극하고 영양분을 제공하고 그렇게 모든 것을 나노로봇으로 균형을 맞추게 해서 기본 바탕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또 다른, 뇌에 자극으로 명령을 전달하는 나노로봇이 들어가는 갑니다. 그런데, 그러니까 이렇게 진행하는 2단계와 3단계는 그럴듯한데 나노로봇을 주입한다는 1단계가 이상하고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냉장실에 구속복을 입혀서 세워놓죠? 한 방에 50구씩? 그런데 문쪽에 서 있던 시신들은 대부분 폐기를 했다고 돼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방송에서 문제가 된 좀비는 뭐라고 그랬죠? 구속복이 답답하고 무섭다고 했나요? 아무튼 그런 말을 했죠?"
"예, 맞습니다."
"그 좀비는 그 냉장실 한가운데 있었는데, 그게 냉장온도 유지장치 바로 아래죠. 그래서 저희 교수들이 생각한 건 뭐냐면, 그 냉장실은 생각보다 뇌 자극이 잘 먹지 않는, 그러니까 완전히 기능이 상실하기 직전의 뇌여야 박테리아가 제대로 정복을 하고 그 자리를 나노로봇이 이어받는데 아직 뇌 자체는 싱싱해서 원래의 뇌신호와 다른 자극에 저항하는 그런 시신은 뇌를 조금 더 부패시키려고 일부러 방치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거예요. 이미 제 동료 하나가 그 의견을 신문에 기고를 했는데 미국에서도 그 의혹이 나왔다고 해요. 미국은 거꾸로 그 의혹이 제기되고 나중에 MBC 폭로가 전해졌죠."
"그럼 교수님은 지금 이 시도가 멈추는 게 옳다고 보시나요?"
"당연하지요. 계속 추진한다고 하면 지금 이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교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김정민 교수님과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