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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펠 Rup L

이어서 아나운서가 급히 말했다.

"바로 들어온 소식입니다. 프랑스 자치구 역시 유럽연합 의회에 인준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현재 폭력 시위가 이어지면서 프랑스 자치구 정부가 이대로는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요, 프랑스 파리에 나가 있는 정태원 특파원 연결해 보겠습니다. 정태원 특파원?"
"예, 정태원입니다."
프랑스라는 말에 텔레비전을 멍하게 보고 있던 내 눈이 번쩍 떠졌다. 특파원이라는데 원 호텔방 같은 곳에 있었다.
"지금 어디에 계신 거죠?"
아나운서도 이상한지 장소에 대해 먼저 물었다.
"지금 프랑스 자치군이 지키는 호텔에 들어와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화염에 휩싸여서 보호조치로 호텔을 배정받았습니다."
"화재가 발생했다고요?"
"예, 지금 파리 대부분 지역이 폭력 시위로 방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젯밤 시위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CNN 중계차가 넘어진 것을 시작으로 시위가 점차 격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그 CNN 기자와 촬영팀은 지금 저희가 있는 호텔 바로 위층방에 들어와 있습니다."
"지금 계신 곳은 안전한가요?"
"예, 큰 길가가 아니라서 괜찮아 보입니다. 큰 길가에 있는 호텔들은 시위대에서 들어와서 혹시 방화가 일어날 수 있으니 영업을 종료하고 문을 잠그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경고라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건가요?"
"그보다는 컨트롤할 수 없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런 뜻인 것 같습니다. 미국 회사가 유럽의 감염병 희생자들로 시체 장사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보니 대중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저희가 있는 호텔이 큰 길가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행진하는 소리가 작지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나는 남은 맥주를 다 마시고 나서 새로운 캔을 땄다. 우리 기차가 도착을 할 수는 있을까? 나는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 보았다. 사람이 박테리아에 감염이 되었고 죽었다. 죽고 난 뒤 박테리아가 나를 조종한다. 그런데 어쨌든 뇌는 자극을 받아서 살아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몸의 부패를 멈추고 그 자리를 나노로봇이 채운다. 마침내 뇌 역시 박테리아를 내보내고 나노로봇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혹시 그 상태에서 나노로봇이 뇌의 지배권만 풀면 다시 살아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해 보았을까? 해 보았는데 이런 걸로는 돈이 되지 않으니 원격 조종 쪽으로 눈을 돌린 게 아닐까? 시신이 온몸을 묶어 놔서 답답하다고 했다는데, 그 정도 판단을 할 정도로 싱싱하면 제어가 힘드니 어느 정도 인위적으로 뇌의 부패를 진행시키고, 멍청하게 만들어서 일을 시킨다. 내 생각에는 부패되고 나서 수거하는 것이나 수거한 다음에 부패시키는 것이나 똑같아 보인다. 내 생각에도 아까 그 교수처럼 돌아가신 분을 노동력 기준으로 사고팔고 나서 나중에 기능이 다 되면 장례 대신 폐기하는 쪽으로 결국 흘러가리라는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지금도 수시로 기차의 블라인드가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하고 심지어 복도의 블라인드는 아예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모두 서 있는 시체, 그러니까 아직 수거되지 않은 좀비 때문이다. 옛날에는 정치나 사회에 대해 자기 생각 없이 선동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좀비라고 했다고 한다. 조잡한 코드를 추가해서 마음대로 조종당하는 기계들도 좀비 PC라고 했다고 한다. 이 기차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만 기다려야 하는 나도 부패를 기다리며 구속복 속에 묶여 있는 좀비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텔레비전을 끄자 희미하게 미국인이 자기 방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지금 무엇일까. 사람답게 생각을 하는 사람일까, 좀비일까. 나는 그 좀비보다 나은 게 있을까. 그때 기차에서 고민하던 나는 좀비가 아니었다. 고민을 하는 한 나는 사람이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모르겠다. 나는 살아가지만 내 삶과 좀비의 존재 사이의 차이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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