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키보드의 기판과 보강판 선택
원하는 부품으로 조립하는 커스텀 키보드가 일반화되면서, 첫 기계식 키보드부터 커스텀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배열은 단순히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결정하기도 하지만 선택지가 많은 스위치나 키캡은 너무 많아서 무엇을 사야 할지 어려워하는 질문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스위치를 장착하는 기판과 보강판은 무엇을 구입해야 할까요?
키보드 기판은 스위치 장착 방법과 용도에 따라서 핫스왑 기판과 솔더링 기판으로 나뉩니다.
스위치는 입력 신뢰도와 장착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품이기에, 보통은 납땜을 통해서 기판과 연결하고 단단히 고정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손쉬운 스위치 장착과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많아짐에 따라서 처음부터 핫스왑 기판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그럼 가공 형태가 다른 플렉스 컷과 일반 기판 중에서는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람마다 키보드 취향은 다르지만 단단하고 안정감을 좋아한다면 일반 기판(논플렉스컷), 기판에 공간을 만들고 유연함(Flexible)을 주어 부드러운 움직임을 추구한다면 플렉스 컷(FLEX CUT) 기판으로 선택되는 편입니다. 스위치는 하단이 기판에 고정되기 때문에 충격감을 극대화해서 바닥 치는 맛을 늘리고자 한다면, 스위치 간에 연결이 이어진 일반 기판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키보드 바닥을 치더라도 손끝이 아파서 불편하거나 말랑한 느낌을 추구한다면, 스위치 상하나 좌우를 끊어서 충격을 분산한 플렉스컷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예: 논플 보강 + 플렉스컷 기판, 플렉스컷 보강 + 논플 기판, 플렉스컷 보강 + 플렉스컷 기판, 논플 보강 + 논플 기판)
보강판 없이 사용하는 무보강 환경에서 키캡과 스위치 종류를 정해두고 사용한다면, 키보드 성향을 바꾸는 방법으로 기판 교체가 추천하곤 합니다. 그리고 기판의 내부 구성이나 재질과 두께까지 신경 쓰인다면, 더 많은 다양함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 FR1~4, CEM1~3, 알루미늄, 세라믹, 테프론 등)
과거의 보강판 개조는 키를 누를 때 울렁이는 기판을 단단하게 잡아서 고정하는 의미가 컸습니다.
키보드 제조사에서는 제조과정 중에 스위치를 정확한 위치에 장착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보강판은 다양한 재질과 형상으로 독특한 반사음과 충격감을 만들어주는 부품으로 발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속 보강판은 알루미늄(Aluminum), 철(Steel), 강철(Steel Use Stainless), 황동(Brass), 구리(Copper)를 많이 사용합니다. 합성수지(플라스틱) 계열로는 PP, PC, ABS, POM, PVC, PEI(울템)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외로 5T 두께로 장착 가능한 아크릴, 유리섬유로 대표되는 FR4와 탄소섬유인 카본 보강판도 꾸준히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슨 재질과 형상의 보강판이 키보드에서 어울릴지는 본인 취향에 달렸습니다.
재료마다 고유한 밀도와 소리가 다르고, 보강판 제작 성향도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물론 키보드는 일반적으로 스위치와 키캡에 따라서 조합성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보강판은 키캡과 기판 사이에서 스위치와 하우징을 연결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재질과 장착 방식 설계가 달라지면 키보드를 사용하며 느끼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변수를 줄이고, 순수하게 기판과 하우징에서 느껴지는 키감을 즐기는 무보강으로 조립하는 것도 재미있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키캡을 딱딱하게 가면서 보강판과 기판은 물렁하게 사용하기도 하고, 높은 압력의 스위치를 안정적으로 쓰기 위해서 단단한 기판과 보강판으로 세팅하기도 합니다. 저는 GMK 키캡에는 알루미늄이나 카본 보강판을 선호하고, PBT 재질의 키캡에서는 서스나 황동 보강판을 즐겨 쓰지만, 결합 방식이나 키캡과 스위치 성향에 따라서 매번 다른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단일 재질의 키보드를 좋아해서 알루미늄 하우징에는 알루미늄 보강판, PC하우징에는 PC보강판으로 구성된 제품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카본이나 서스, 황동이나 구리 같은 재료도 무척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결국 구입하는 키보드마다 다른 세팅값으로 조립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노폼의 클래키(Clacky)한 성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에 유리한 논플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키캡과 스위치가 클래키한 성향이라면 오히려 플렉스 컷을 사용하는 편이 전체적인 균형이 답답하지 않아서 편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는 분들에게는 사용하는 키캡과 스위치 나름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최근의 키보드 커뮤니티에서는 리니어 스위치에 GMK 키캡만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성향이 뚜렷해서, 기보강의 선택지가 조금은 정형화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부품들로 구성하면 좋은 키보드가 나오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물로 나오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의외로 안 쓰고 남는 부품들로만 구성했을 때, 재미를 주는 제품이 가끔씩 발견되는 것을 보면... 부품에 편견 없이 키보드를 만져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결국 키보드 조립은 평소에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고, 이후에 본인이 좋아하는 키캡+스위치+보강판+하우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커스텀 키보드를 시작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키보드는 도구이기 때문에 조립해서 마음에 들어야 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기 때문에 중고장터가 계속 활발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함께 해봅니다.
그렇다면, 왜 키보드는 타자기와 타건감이 다를까요?
그러한 고민을 담은 글을 소개합니다.
: https://brunch.co.kr/@ruseupi/190
키보드는 계속 배열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의 스탠다드까지 키보드 배열을 간략하게 모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