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온통 푸른 세상이 펼쳐진
숲으로 들어가요
커다란 나무 밑동에
동굴이 있네요
손을 높이 뻗어
털이 부숭하고
산처럼 높이 솟은
푹신한 바위를 타고 올라요
조용히 오르내리며 호흡하는
바위의 움직임에 맞춰
포근한 털 속에 얼굴을 묻고
한숨 푹 잡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바위는 하늘 높이 떠 올라
동네가 다 보이네요
저 멀리 병원에서는
병상에서 일어난 엄마가
아빠와 도란도란
대화하는 모습도
그러니, 걱정 말아요
마법의 씨앗에 싹이 트면
모두 다 잘 될 거예요
- 토토로의 숲에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를 처음 접한 것은 힘겹게 회사생활을 할 때였다.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 객지에서 홀로 회사를 다니며 힘들고 외로운 생활을 하던 시절 우연히 토토로를 시청하게 되었다.
시골로 이사 온 한 가족의 막내 메이가 숲 속에서 자고 있던 토토로의 푹신한 배에 올라가 함께 낮잠을 자는 장면은 그 외로운 시절에 너무나 그리웠던 포근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서른이 넘은 아저씨가 ‘나도 진심 토토로를 만나 따뜻하고 푹신한 배를 안고 한숨 푹 자고 싶다!!’라고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랄 정도로.
시골에서의 풋풋한 일상과 비 오는 저녁 토토로와 함께 우산을 쓰고 있는 장면들 하나하나가 그 당시의 나에게는 온통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후반부에서는 병원에 계신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막내가 무작정 집을 나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나중에 언니와 함께 토토로가 태워준 고양이 버스를 타고 엄마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도착하게 된다. 아이들은 고양이버스와 함께 병원밖의 나무에 앉아 창문을 통해 병상에서 일어난 엄마와 병문안을 가신 아빠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안심을 한다. 이 장면도 참 따뜻해 보였다. 마음을 짓누르던 무엇인가가 스르르 녹아내린 듯한 느낌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나에게 따뜻함과 포근함의 상징이 되어 그 후로도 울적할 때마다 돌려보곤 했다. 지금은 딸아이의 아빠가 되어 딸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포근함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