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달리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별빛은 몇 십만, 몇 백만, 몇 억 년의 시간을 거쳐 지구에 도달한 빛이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빛 중 일부는 이미 소멸되어 존재하지 않는 별들의 오래 전 모습이다. 그중에는 지구가 생기기 전에 출발해 지금 도착한 별빛도 있다. 소멸되는 초신성의 폭발이 아직 생성되지도 않은 지구에 빛을 보내 억겁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지구에 터전을 내린 우리가 그 별빛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경외감을 일으킨다.
이 별빛들은 상상을 넘어서는 광활한 우주가 실제로 존재함을 증명하는 유일한 단서이기도 하다.
별빛 아래에서 인간이 순수해지고 겸허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빛을 통해 우주의 광대함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별빛은 작디작은 지구 속에서 한껏 교만해져 있는 인간에게 그 왜소함을 깨닫게 해 주는 신의 섭리이다.
이 별빛 아래에서 인간들은 수많은 신화를 만들어냈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과학도 발전시켜 왔다.
우주에 지구만 있었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너무나도 빈곤해졌을 것이다.
수많은 별들 속의 지구는 고독하지 않고, 그 속에 사는 우리도 닿을 수 없는 광활한 우주만큼의 상상을 펼칠 수 있다.
조국의 독립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은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별을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표현한다.
‘서시’에서는 별을 절대적 이상의 상징으로 동경해 그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별 헤는 밤’에서는 별 빛에 그리움을 한가득 담아 외로운 마음을 쏟아낸다.
별빛 아래에 선 인간의 순수함과 겸허함, 그 마음을 지키고 살자.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