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돌아오겠다는
다짐만 남기고
바다 건너 전장으로 떠난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한 해가 지나고 또 한해
그렇게 많은 시간들이 지난 후
내 존재도
내 기억도
그가 떠난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파도 속에
남은 기억
그 기억이
사념되어
그렇게 깊은 그리움으로
또 누군가의 그리움인
선원들을
파도 속에서 애절하게
부르고 있다
- 세이렌
학창 시절 자주 불렀던 로렐라이 노래의 애절한 곡조와 가사는 안 그래도 공부하기 싫었던 청소년의 마음에 쓸데없이 풍부한 감성만 심어주어 중2병을 오랜 기간 방치하게 만들었다. 한껏 감정을 넣어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던 멋진 내 모습이 주위 사람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소름이 돋는다.
지나가는 선원들을 유혹해 죽음으로 몰아갔던 세이렌도 결국 한이 쌓여 만들어진 존재라는 세상의 인과율을 생각해 보면 원망할 사람도 미워할 사람도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다들 받은 상처가 많아 그딴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