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거실에 TV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 상당수는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남편은 결혼 전 'TV광'일 정도로 TV를 많이 시청했기 때문에, 시댁에서 특히 아쉬워하시곤 했다.
사실 신혼집에 가전을 채워 넣으면서 TV를 사지 않은 것은 남편의 뜻이 더 강했다. 나는 원래 TV를 잘 보지 않아 있든 말든 상관 없었지만, 남편이 원한다면 작은 TV 정도는 놓아도 괜찮았다. 남편의 이유는 이랬다. 이왕 TV를 사려면 큰 걸 사고 싶은데, 신혼집이 워낙 작아서 큰 TV가 들어갈 공간이 없으니 그냥 안 사는 게 낫겠다고. 그렇게 우리는 'TV 없는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결혼 5주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TV를 놓은 적이 없다. 신혼집보다는 좀 더 큰 새집으로 조만간 이사갈 예정인데 아직은 TV를 놓을 계획은 없다.
TV 없는 결혼생활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더 좋은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우선 '노 미디어 육아'를 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좀 더 무료할 수는 있지만, 있다가 없으면 몰라도 처음부터 없으니 그냥 익숙해진다. 지금 우리의 집 거실에는 TV가 있을 자리에 수납장과 책장이 있다. 딱히 '책 육아'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TV가 없고 그곳에 뭔가 수납장을 놓다 보니 아이 책이 들어가게 됐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영상 대신 책 읽어주기가 채워주다 보니 저절로 '책 육아'를 하게 됐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