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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하여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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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Oct 05. 2024

안녕에 관하여

제15화

그냥 인사말이다. 안녕, 안녕...

누군가를 만났을 때, 헤어질 때 자연스레 나오는 말 <안녕>

참 신기한 단어다. 저 두 글자를 어떤 글자로 꾸며주냐에 따라 의미가 바뀌니 말이다. "반가워"라는 글자는 설렘을 더해주고  "잘 가"라는 글자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세요"는 존중받아 마땅할 사람을 반겨주고 "히 계세요"는 그 사람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해 준다, 또 "하셨나요"는 누군가의 삶 속에 어쩌면 따뜻한 안부를 묻게 해 주며 "잘 지내"는 어쩌면 끝이 없을 수도 있는 기다림을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가 되고 "보고 싶었어"는 어쩌면 조금은 친해졌을지도 모르는 기다림과 작별하게 해주는 말이다.

똑같은 단어여도 무슨 말을 덧붙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상반된다. 물론 꼭 덧붙여 이야기하지 않아도 안녕이라 말하는 그 시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의미의 안녕인지 분명 알 것이라고 믿는다.(물론! 존댓말은 꼭 덧붙여야 한다..) 각기 다른 안녕을 각자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는 건 참 기쁘면서 참 슬픈 일이다. 원치 않는 안녕을 해야 할 때가 살다 보면 너무나 많아지니 말이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안녕은 최근 이사를 하면서 원래 살던 집과 하게 된 안녕이다. 거의 7년을 살면서 쌓인 정들이 나를 참 못살게 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살던 집이었으니 여태껏 내가 했던 중요한 결정들은 그 집이 갖고 있던 내 방에서 행해졌고 달력을 7개를 사는 동안 그 방에서 잠을 청했다. 무엇을 먹던 그 집 식탁에서 먹었고 무엇을 보던 그 집 소파에 앉아 그 집 티비로 보았다.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을 떠나보내려니 안 그래도 정이 많은 나는 참 기분이 오묘하였다. 그냥 건물일 뿐인데.. 더 좋은 집으로 가는 건데 마냥 좋지 많은 않았다. 그저 내일부터는 다른 방에서 자고 다른 곳에서 먹어야 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고 이상했다.

물론 사람과의 안녕도 너무나 소중한 기억들이 많지만 가장 최근에 했던 안녕인 만큼 기억에 크게 남는다.. 같은 아파트 내에서 이사를 한 것이어서 가끔 그 앞을 지나가곤 하는데 아직도 그곳에 가면 기분이 이상하다. 누가보기엔 그냥 이사한 거 가지고 뭘 그리 오버하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내게는 소중한 곳이었나 보다  생각을 하게 된다.


참 많은 말들을 참 많은 사람에게 하고 산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는 학업에 관한 이야기를, 교회 밴드 사람들과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가족 또는 연인과는 애정을 나타내는 말들을... 대상에 따라 말이 달라지고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도 말을 다르게 한다. 예를 들면 밴드 사람들에게 미적분 문제집을 같이 풀자고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많은 말을 하지만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물론 모두에게 사랑을 표현하거나 할 수는 있지만.. 무뚝뚝한 성격인지라 나는 아직 어렵다..)

그럼에도 안녕이라는 말은 누구를 만나던 어디서 만나고 몇 시에 만나든 항상 할 수 있는 말이라서 조금은 친해진 거 같다. 사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하는 말이니 아직까지 어색한 게 더 이상하긴 하다.(물론 나의 경우고 요즘은 안녕과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 것만 같아서 조금 속상하기도 하다. 하루빨리 그런 사람들이 안녕과 조금 친해지길 바랄 뿐이다.)


오늘 글은 무슨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한 시간은 고민하다 나온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만을 적어 내린 거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글을 끝마치며 당신들의 삶 속에서 가장 좋았던 안녕과 슬펐던.. 혹은 싫었던 안녕이 무엇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안녕은 무엇인지 댓글로 남겨주실  있는지 여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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