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겨울의 시린 공기를 느껴야 볼 수 있는 겨울비.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 있다.
"애들과 강아지만 눈이 오는 걸 좋아한다."
잔뜩 쌓인 눈을 치울 일도 없고, 출퇴근 길 걱정 할 필요도 없는 그저 해맑은 아이들만 좋아하는 게 눈이라고 하는 말.
스키장, 썰매장처럼 즐기기 위한 장소의 눈이 아닌 일상에서 만나는 눈은 어른에겐 처치곤란일 뿐이라는 말.
그 말을 들으며 했던 생각은 '어른들은 눈이 싫구나, 그럼 나도 어른이 되면 눈이 싫어지는 걸까? 아니면, 눈이 싫어지면 어른이 된 걸까?'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그 말을 기억한다.
다만, 귀찮기도 하고, 짜증 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난 여전히 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볼 때면 생각했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걸까?
아니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걸까?
어른이 되어가며 느낀 것은 '어른은 참 힘들고 싫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마음.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맡은 일을 책임지고, 버티고 버티며 살아가야 하는 어른.
어른이 되기 위해 내달리는 아이가 아닌, 목표도 설정도 모두 스스로의 일이 되어버린 어른의 시간은 솔직히 버거웠다.
그래서일까 마음 한편으로 어른이 아닌, 조금은 무책임한 아이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아이로 살 수 있는 시간은 흘러갔기에.
'아이처럼 살지 못하더라도 삭막한 어른이 되진 말아야지.'
'아이처럼 해맑기만 하진 못하더라도 정 없이 구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이 지금의 내겐 있다.
내리는 눈을 보며 좋아할 때, 아직도 애 같다며 덜 컸다는 식의 비아냥을 들을 때면 "어른도 눈 좋아할 수 있죠! 눈 싫어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고요. 전 좋아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가슴 한편의 어린아이를 인정한 마음과 생각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로 살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나를 인정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하는 생각은 그랬다.
"아, 추운 거 싫은데. 그래도 눈 내리는 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