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분주히 걸어 다니던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가 복작이던 거리가 조용해지는 시간.
가로등 불빛만이 살며시 거리를 비추는 그 시간 자박자박 걷는 게 좋다.
어렸을 땐 그저 무섭기만 했던 것도 같은데.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없는 조용한 거리를 걷는 일이 좋아졌다.
아무도 없는 그 길을 걷다 보면 하늘에 뜬 별들도, 은은하게 빛을 내는 달님도, 어둠에 잠긴 길을 비추는 가로등 까지도, 그 길의 모든 것이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을 때가 있어서 좋다.
귓가를 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혼자 흥얼거리며 걷다 보면 오직 내 발걸음 소리만이 길 위에 있음을 느낀다.
시끄러운 소음도 없고, 눈이 부셔 찡그려야 할 빛도 없는 조용하고 안온한 느낌을 느끼며 혼자만의 세상을 걷는 기분.
어느 날엔가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어느 날엔가는 응원이 되기도 하며, 또 어느 날은 흥겨움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에 빠져있다 누군가 불쑥 지나가면 다시 모두의 세상이 되어버려 부끄러워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조용한 그 거리를 걷는 시간이 좋다.
사람과의 관계가 서툴고 어려운 집순이인 나에겐 복작거리며 반짝이는 시간의 길도 좋지만, 조용하고 안온한 시간의 길 역시 조금 더 좋다.
물론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그림자들이 무서울 때도 많다.
흉흉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역시 위험하려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 그 시간대에 걷지 않게 되고는 한다.
그럼에도 소란스러운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슬그머니 안전을 챙기며 안온한 시간의 걷기를 시작하고는 한다.
나를 위한 길을 펼쳐주는 시간의 걷기는 아마도 횟수가 줄어들지언정 오랜 시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그 시간, 그 길을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