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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Apr 05. 2022

다시, 봄



다시 만나면

반가울 줄 알았는데

지난번 너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생각해보면

너는 한 뼘 더 자랐을 테고

더 많은 꽃을 피웠을 뿐인데

나는 왜 지나간 너를

그리워하는 걸까?


짧은 만남에

정 붙이기 싫어서라고

수줍게 핑계 댄다면


괜스레 다가와

하얀 미소

내 마음에

머물러 줄까?


그래도

다시, 봄

너의 환한 모습

달라도 다르지 않기에


조금 더

머물러 달라고

따스한 햇살에

마음 실어 보낸다






봄이에요.


새로운 계절이 오면 늘상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가는 세월에 머물지 못하는 것들이 마음에 두고두고 남습니다.


새로 핀 벚꽃이 아름다워 넋을 놓고 바라보면서도

그 아름다움이 보름이나 넘길 수 있을까 싶어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어차피 그냥 두어도 오래된 연인처럼 시간이 되면 떠나가겠지요?

봄은 마치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배우는 계절 같습니다.

아름답지만 그 짧은 시간이 내 삶 모두를 보여주는 것 같아 서글픕니다.


좋은 시절은 언제나 짧게 느껴집니다.

나의 좋은 시절도 이미 다 지났을 거라 생각해보니

봄이라 해서 내 마음까지 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봄의 꽃은 열매를 맺기 전, 잠시 피었다 지는 꽃입니다.

매화가 지면 매실이 열리고 벚꽃이 지면 버찌가 열리듯

봄은 진짜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시절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 폈습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나이 들어 힘이 빠져도 무언가 열매 맺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값비싼 열매는 아닐지라도 지나가는 새의 먹이라도 남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꽃을 피워야겠습니다.

이내 지고 말 꽃이라도 오늘은 피워야겠습니다.

환한 미소와 잔잔한 사랑으로 마음의 꽃을 피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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