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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 찾고 싶은 것 같은데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by 류완


둘째 아들이 대학 입시를 포기하고 가장 먼저 사온책은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이에게 이보다 좋은 책이 있을까요?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집중력이 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들의 책장에서 몰래 책을 꺼내 왔습니다.

집중하기 아주 좋은 표지가 인상적이지만 성인이 된 아들이

처음으로 구매한 책이라니 묘한 질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책은 집중력을 흩트리는 요소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우리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집중력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집중력을 잃게 된 어려가지 요인들과 사례를 통해 저자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혔고 나름 재밌었습니다.





집중력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책이지만

현대인들이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사회 문제, 현실적 문제들이 제시되어 있었고

공감할만한 내용이 많아 어렵지 않게 읽혔습니다.

다만 마법처럼 이 책을 읽는다고 집중력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바쁜 현실 앞에서 sns와 짧은 정보의 연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자가 제시하는 예시는 우리나라와 사정이 사뭇 다릅니다.

우리 사회에 주어진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약물치료를 줄이고 신체 활동을 늘리라는 좋은 방안이 소개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약물 치료율도 낮고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신체 활동 서비스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약을 먹는 친구들을 찾아볼 수 없으며 운동할 곳이 많지 않아

pc방에서 모여 노는 아들과 친구들은 이 해법에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sns로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다른 활동을 제한하기도 어렵습니다.

인상 깊게 읽었지만 여전히 해법은 애매모호합니다.

우리 안의 욕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과 딴생각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인상 깊이 남았습니다.


집중력을 잃어가면서 우리는 몰입의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재밌는 책을 만나면 반나절이 후딱 지나가도록 책을 놓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열 페이지 넘으면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고 책을 덮어버립니다.

서점에 가도 책은 점점 작고 페이지마다 글자 수도 적어지고 있습니다.

몰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몰입이 우리를 분노에서 해방시키고 세계관을 확장시킨다고 합니다.

짧은 지식으로 나만이 옳다는 주장이 팽배해진 세상에서 몰입은 그 반대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의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딴생각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딴생각이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 같지만 딴생각은

생각을 풍성하게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딴생각을 한다고 해서 죄책감이나 무력감 같은 것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멍 때리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불안감이 먼저 떠오르지만

때론 그런 생각과 과정을 통해 그동안 배운 것의 체계를 세우고 확장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론 딴짓 전문가인 막내딸에게는 보여주면 안 될 책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수능을 보려면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집중력은 중요한 경쟁력입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아들에게 몰입의 힘은 필수 불가결한 요건입니다.

그런데 몰입이 즐거움의 요소가 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긍정적인 주장입니까.

아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수능은 즐거운 몰입과 집중력의 향연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재수는 참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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