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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머니다

도쿄 타워 - 릴리 프랭키

by 류완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 아들이 가끔씩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봤는데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질문을 합니다.


이번에는 릴리 프랭키라는 일본 배우에 대해 물어봅니다.

얼마 전 하얼빈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토의 역으로 나왔던 배우가 궁금했었나 봅니다.

그런 그가 작가이자 예술가라는 이야기는 살짝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빌려온 한 권의 책이 릴리 프랭키의 도쿄 타워입니다.

10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어 어느 정도 알려진 영화입니다.

오다기리죠라는 잘생긴 배우가 주인공이어서 더 인기를 끌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영화를 봐서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의 원작이 있었고

작가가 릴리 프랭키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힘겨운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도쿄로 상경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지만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하루하루 버티며 혹은 즐기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홀로 고향에서 지내시던 어머니는

병에 걸려 도쿄로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도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어머니와의 풋풋한 시간을 보내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만나고

어릴 적 집을 나간 아버지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도쿄타워가 보이는 병실에서 가족은 다시 만나지만 어머니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 맙니다.


찐하게 눈물 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만큼이나 소설도 탄탄한 구성을 자랑합니다.

릴리 프랭키라는 배우가 얼마나 다재다능한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가 가질 수 없었던 건 오다기리죠의 외모뿐, 인생 자체도 참 버라이어티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의 특별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존재였지만 엄마도 한 사람이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

작품은 엄마의 그런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눈물이 흐를 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더욱 눈물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회환으로 가득 차게 만듭니다.


아들은 책을 통해 어떤 가족을 떠올렸을까요?

우리 가족은 책에서 등장하는 가족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심심합니다. 집 나간 아빠도 없고 빈 둥 대는 아들도 없습니다.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성실합니다.

아주 보통의 가정이면서 특별히 깊은 사랑을 나누는 가족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아들은 릴리 프랭키가 궁금해 이 책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들 앞에서 못난 모습이라도 좋으니 있는 그대로

솔직한 아빠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사랑이란, 어쩌면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안아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시가 가득하든 더러운 얼룩으로 물들었든 상대의 체온 만으로도 따뜻할 수 있는 관계,

사랑은 여전히 어렵습니다만 소설은 참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사랑은 책으로 배우는 것이 제일 괜찮은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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