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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이 고른 심리학 책

아들러의 인간 이해 - 알프레드 아들러

by 류완


수능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시험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분석능력도 요구합니다.

심리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는 사회과학입니다.

인문학뿐 아니라 의학, 생물학,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학문입니다.

쉬운 듯 쉽지 않은 학문입니다. 어쩌면 수능에 잘 어울리는 학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들이 꺼내 든 심리학 책은 '아들러의 인간 이해'입니다.

수많은 심리학자들 중 왜 아들러였을까요?

책을 읽으며 아들의 선택을 찾아 나섭니다.


20세기 초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인간의 심리에서 정신을 따로 떼내어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심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꿈에 대한 해석,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 히스테리와 콤플렉스에 대한 그의 연구는

다양한 심리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많은 제자들을 양성했습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그의 제자들 중 한 명이지만 스승과는 연구 방향이 달랐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을 비판하면서 개인 심리학이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2010년대 초, 아들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일본인 작가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아들러의 심리학이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다만 '미움받을 용기'가 아들러의 심리학을 제대로 담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일반화, 해석에 대한 오류, 아들러의 일부만을 가져와

저자의 주장을 돋보이게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왔습니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는 그의 1908년 오스트리아의 한 대학에서 1년 동안 진행했던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개인 심리학의 주장을 비교적 자세하고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른 사족 없이 제대로 이해하라고 발행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 가지 키워드로 이해하는 아들러의 심리학이라고 하지만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풀어썼기에 읽다 보면 딱히 키워드에 따라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한 세기 이전의 강의 내용이다 보니 신선하게 다가오는 내용은 많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내용도 지루한 부분도 있어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이 성실한 독서를 방해했습니다.

아빠도 그러했는데 아들은 다 읽긴 읽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공부가 어려운 아들은 인강 강사가 추천한 책을 구매했고 이해하든 못하든 읽을 만큼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쉬운 책일 거라 예상하고 펼쳤지만 제법 집중력이 필요했습니다.

심리학을 인문학으로 이해하고 싶은 게으른 문과 아빠와

의사로서 인간의 본성을 분석하려는 저자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의 간격을 넘어 아들러가 이 책의 내용을 강의하던 현장에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특별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도 전의 강의입니다.

많은 학문들이 두 차례 세계 대전과 경제 공황을 겪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겪었습니다.

전쟁과 홀로코스트, 그리고 경제 구조의 변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권력의 구조를 바꾸었습니다.


반면 이 책은 신선하지는 않아도 어색함도 없습니다.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과 심리적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차별이 여전하던 시대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은 놀라웠습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아들러의 시선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여성에게는 참정권도 없던 시절이었음을 생각하면

아들러 여성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진보적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가 제시한 키워드 열등감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고민으로 남아 있습니다.

sns가 대중화되고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열등감은 심리학의 인기 있는 테마가 되었습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이 다시금 주목받게 되는 현실이 흥미로우면서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열등감과 우월의식으로 상처받는 이들에게 '아들러의 인간 이해'는

제목처럼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결국 세상은 경쟁을 요구하고 열등감은 극복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점점 '위로'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아들도 지긋한 수험 생활 속에서 위로를 얻고 싶은 마음으로 고른 책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열등감과 불안으로 가득 찬 재수생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심리학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따뜻한 심리학자였는지 책 한 권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심리학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아들러는 적절한 선택입니다.

한 세기가 지난 심리학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남겨야 하나 봅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낙서라도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담벼락에 적힌 한 문장이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 힘이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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