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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Apr 03. 2023

100점 만점과 1개 틀리는 것은 천지 차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

아이의 공부를 봐주며, 답답한 마음에 여러 가지 잔소리를 하곤 한다. 사실 내가 하는 잔소리들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 엄마한테 들은 들이다. 그 당시에는 별뜻없이 흘려 들었고, 귀찮고 짜증나는 것으 여겼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때의 잔소리들이 인생과 가치관을 결정하는데 꽤나 영향을 많이 미친 듯 하다.


100점 만점과 1개 틀리는 것은 천지 차이다.


엄마에게 주로 들었던 여러 잔소리 중 바로 이 말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아들에게도 이 말을 똑같이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여기서 내 자랑 겸 실제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엄마의 잔소리 덕분인지, 고등학교 3년 내내 수학 내신 시험을 단 1개도 틀리지 않았다. 중간, 기말을 포함한 3년간의 수학 과목 내신 시험은 모두 100점 만점이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였기에 내신 시험이 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쉽던 어렵던 간에 만점을 맞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개 틀린 사람은 아마도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실수했다, 아쉽게 헷갈렸다, 조금만 시간이 더 주어졌더라면 분명 난 만점이었을텐데 아쉽다, 등등.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 1개 틀린 사람과 만점 맞는 사람은 단순히 한 문제 틀린 것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200~300점을 맞을 각오로 노력하는 사람만이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완벽(=100점 만점)을 기할 수 있다. 하지만 100점을 목표로 삼고 공부한 사람은 기존에 공부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 유형이 나오면 쉽게 당황해버린다. 100점을 목표로 했기에 조금이라도 실수가 생기면 바로 1~2개씩 틀리며 감점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3년간 수학 내신 시험을 100점 만점을 유지했던 비결은 바로 최소 2차례 이상의 검산에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풀고나면 시간이 꽤 남는다. 그때 다시 한번 검산을 하고, 또 시간이 남으면 다시 검산을 한다. 어떤 시험은 3차례 이상 같은 문제를 풀었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풀다보면 분명 실수한 부분이 나오고, 그 실수들을 수정해가면서 100점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시험보기 전의 준비 뿐만 아니라, 시험에 임하는 겸손한 태도, 나 자신을 다시 한번 의심하는 태도가 100점 만점을 만들었다.


비단 공부 뿐일까. 삶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어떤 분야에서 1등을 한다는 것은 2등을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등이 1등을 바라보면 나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고작 한 단계 차이니까. 수학문제 1개만 더 맞으면 바로 저 1등을 제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1등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2등이 수학문제 1개 더 맞추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 1등은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더더 멀리 앞서 뛰어가고 있는 중이기에. 괜히 1등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일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100점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150점, 200점, 300점을 목표로 삼고, 완벽을 기하기 위한 반복 작업을 계속해나가야 비로소 100점 만점이라는 완벽함을 달성할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대해 꼼꼼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 태도를 갖춘 후에는 달성해야 하는 목표보다 더 높은 목표를 잡아야 그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이런 편지를 받아왔다. 아무래도 아빠를 닮은 듯 하다. ㅋㅋㅋㅋㅋ


아들 짝꿍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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