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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Aug 04. 2023

아주 세속적인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저/강정선 역 | 페이지2

책에는 4백 년 전의 유명 작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300개가 수록되어 있다. 모두 과거에 쓰인 글이지만, 그 속에는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혜들이 잔뜩 들어있다.


책장을 넘기며, 전체 300개의 글들 중 나에게 의미가 있는 글을 하나씩 표시해 보았더니 100개 가량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인상 깊었던 문구 몇 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내보이지 마라. 신중한 침묵은 지혜의 성소다.

윗사람을 이기려 하지 마라. 모든 승리는 증오를 낳는다. 윗사람을 이기려는 것은 멍청하며 위험한 짓이다.

최고의 권위는 지혜로운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다.

탁월함을 만드는 두 가지 요소는 노력과 능력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재능이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노력이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마지막을 완성하는 것은 노력이다.

명예를 실추시킬 만한 사건이나 다툼을 피하라. 다툼은 판단력을 시험하기 때문에 다툼에서 이기는 것보다 다툼을 피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일을 하라. 세상일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만족에 의지한다. 재능있는 사람이라면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선호해야 한다.

진실은 드러나는 것이다. 드러나는 것이지 들리는 것이 아니다. 보통 진실은 소문을 전하는 사람의 감정과 섞여서 전해진다.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집중해라. 거짓과 과장을 가려내라.

당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지 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이 지닌 능력과 지식의 깊이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라. 신비주의는 경외감을 심어준다.

스스로를 칭찬하거나 비난하지 마라.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것은 공허한 일이며 비난하는 것은 옹졸한 일이다. 말하는 사람도 보기 좋지 않고 듣는 사람도 기쁘지 않다. 자신에 대한 말은 되도록 삼가라.

다른 사람의 추문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평판이 나빠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흠을 다른 사람의 흠으로 덮고 남의 흠을 들추어내면서 위안을 얻는다.

때로는 모르는 척하는 것도 지혜다. 홀로 지혜롭게 보다 무리와 함께 미치는 게 낫다. 중요한 것은 물살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모르는 척하는 것도 때론 지혜일 때가 있다.

칭찬이란 훌륭한 것을 알아보고 칭찬할 줄 아는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행동이다. 안목이 높은 사람은 대개 상대방의 좋은 점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이런 사람의 긍정적 안목은 행운을 부른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약점이 개인적인 문제든 타고난 환경 탓이든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경쟁자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능으로 이기는 것이다. 이것만큼 통쾌한 복수는 없다. 경쟁자는 당신이 찬사를 받을 때마다 지옥을 경험하고 당신의 명성이 오래갈수록 더 오랫동안 고문받는다.

평화로운 삶이 오래간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삶을 주도한다. 사소한 일을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중요한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로 마음을 괴롭히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쉬운 일을 어려운 일처럼 하고, 어려운 일은 쉬운 일처럼 하라. 전자처럼 하면 신뢰를 얻고 후자처럼 하면 자신감을 얻는다.

지혜롭게 무시하는 법을 알라. '무시'야 말로 가장 교묘한 복수 방식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절대로 자신을 방어할 때 펜을 쓰지 않는다. 펜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며, 공격한 사람에 대한 처벌보다는 관심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망각만큼 잔인한 복수도 없다. 그들의 무가치함은 망각을 통해 묻혀버린다.

나쁜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이 되지 마라. 다른 사람을 모략하는 사람은 언제나 복수의 대상이 되며 다수가 공격하기 때문에 쉽게 무너진다.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은 언제나 미움을 받는다.

장사꾼의 면모를 배워야 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살면서 가장 필요한 일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일상을 잘 꾸려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살면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자신의 일상이다. 지식이 실용적이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지식이 진정한 지식이다.

부족함을 남겨두어라. 좋을수록 적게 음미해야 배로 즐길 수 있다. 오히려 부족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욕망을 북돋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말고 부족한 상태로 두어라.


냉철하지만 현실적인 조언들이 많았다. 일부 다독가들 중에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을 폄훼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이 책의 지혜들을 되새겨 판단할 수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신의 일상을 소중히 가꾸기 위해 필요한 삶의 전략친절하게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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