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지시의 위험성

리더는 왜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by Ryan Choi

조직의 규모가 크고 위계질서가 강할수록, 높은 자리에 있는 한 사람의 발언은 조직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리더의 말 한마디는 단순한 의견을 제시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과 업무 우선순위를 즉각적으로 변화시키는 강력한 파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군대가 대표적인 예다. 군 복무를 해본 사람은 대체로 공감할 것이다. 장성급 인사의 방문이 예정되면 몇 주 전부터 부대 전체가 움직인다. 도로 정비, 잡초 제거, 내무반 바닥 왁스칠 등에 전 부대원이 총동원된다. 때론 방문한 장군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부대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의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원이나 CEO는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즉흥적인 발언이나 아이디어가 의도치 않게 직원들을 본질적이지 않은 업무로 내몰 수 있다. 리더 입장에서는 가벼운 제안이었을지라도, 조직 전체가 중요한 지시로 받아들여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게 만든다.


나 또한 최근 일련의 비슷한 일들을 겪다가, 링크드인에서 발견한 신수정 대표님의 글에 공감하게 되었다. '열심히 하는 임원일수록 회사를 정신없게 만드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고위직의 열심과 즉흥적인 지시가 조직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리더의 선의와는 무관하게 발생한다. 조직 구성원들은 상급자의 말을 단순한 의견이 아닌 실행해야 할 과제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즉흥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조직 전체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가며, 정작 중요한 핵심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신수정 대표도 지적한 대로, 조직의 리더일수록 자신의 말이 가진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즉흥적인 아이디어 제시나 지시는 최대한 자제하고, 정말 중요한 본질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일 수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많은 말과 지시에 있지 않다. 오히려 침묵할 줄 아는 지혜, 꼭 필요한 순간에만 개입하는 절제력, 즉흥적이지 않고 충분한 기간 동안 가다듬은 판단력에서 나온다. 조직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구성원들이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 성숙한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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