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의 선택과 꾸준함의 기술
회식으로 인해 과음한 다음 날 새벽,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지끈거렸다.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고역처럼 느껴지는 순간,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창밖을 내다보니 어둠 속에서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운동복을 입고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이런 날일수록 더 나가야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일단 나가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일주일 중에는 목요일이 특히 고비다. 새벽에 알람 소리가 울리면 월요일부터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리고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몇 초간 치열한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은 쉴까? 하루쯤은 괜찮지 않을까?' 머릿속에서 수많은 핑계들이 고개를 든다. 짧은 시간 동안 오가는 여러 생각들 속에서 다시 다짐한다. 예외를 두면 안 된다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꾸준히 매일 계속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습관적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하다가 내일이 궂은 날씨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음 날의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날씨는 변명하기에 가장 좋은 핑계가 되어준다. 특히 추위가 갑자기 찾아온 날이나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영하의 날씨보다는 따뜻한 이불속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밖은 춥고,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약해진다. 하지만 오늘도 그냥 나가야 한다.
마음이 힘들었던 기간 동안 나는 깨달았다. 삶에 진정한 변화를 주고 싶다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시기라면, 새벽 기상이 필수라는 것을. 변화와 새로운 시작은 거창한 결심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매일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그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화할 수 있음을 실제로 체험하게 되었다.
운동을 매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특별히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만 매일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맞다. 나도 여러 일로 고민이 많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업무 압박, 인간관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그럴 때 이 새벽 운동을 '선택'했고, 그것이 내게 위로가 됐다. 땀을 흘리는 동안만큼은 복잡한 생각들이 잠시 멈췄고, 끝나고 나면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매일 반복된 운동은 알게 모르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숙취가 남아있든, 추위가 찾아오든 새벽을 이겨낸 나는 하루를 다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도 해냈다는 그 작은 성취감이 하루 종일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다. 그것은 회사에서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힘든 대화를 나눠야 할 때, 모두 포기하고 싶은 순간과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순간에도 '나를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얼마 전 인상 깊게 읽은 ≪꾸준함의 기술≫이라는 책은 내가 경험으로 깨달은 것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자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자 할 때 '제대로 된 노력'을 그만두라고 제안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하려고 들면, 과도하게 부담이 될 수 있고, 꾸준히 하는 것을 괴롭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우선은 그저 계속하기만 하는 것이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숙취로 힘든 날은 가볍게 걷기만 해도 충분하다. 추운 날은 5분만 나갔다 와도 된다. 비 오는 날 억지로 평소만큼 뛰려다 포기하느니, 10분이라도 일단 걷고 오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 완벽한 운동보다는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매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일 조금씩 하면 언젠가 반드시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화려한 포부나 거창한 계획보다는 불완전한 새벽의 선택이 모여 변화를 만들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의 그 어느 날에도 나는 알람 소리를 들으며 곧바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계획대로 완벽히 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단은 그냥 해볼 것이다. 그것이 내가 만들어가는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결국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나를 증명한다.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이 불완전했던 새벽이 모여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놓았기를 기대한다. 그 어느 날을 기다리며, 나는 이 새벽을 계속 선택하겠다.